도서 요약

[스크랩] 진실한 사과는 우리를 춤추게 한다

강인철 2009. 7. 31. 08:46

진실한 사과는 우리를 춤추게 한다

켄 블랜차드 · 마가렛 맥브라이드 지음 / 조천제 옮김

(주)북21 / 2004년 12월 / 184쪽

저자

켄 블랜차드 - 켄 블랜차드 컴퍼니의 CSO(Chief Spiritual Officer)이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1분 경영의 공동 저자이자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이다. 그의 책은 25개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1200만 권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마가렛 맥브라이드 - 비즈니스 출판계의 대가로 1980년 맥브라이드 리터러리 에이전시를 창립했다. <뉴욕타임즈>, <비즈니스위크>,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유수 잡지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저자들과 함께 많은 책을 저술했다.

 

Short Summary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 표현에 많이 서툴다. 특히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해서 사과해야 할 상황이라면 자존심까지 생각하면서 더욱 머뭇거리기 쉽다. 진실한 사과는 우리를 춤추게 한다의 주인공은 위기에 처한 회사를 구하기 위해 아버지의 친구인 1분 경영자 알버트 아저씨를 찾아가게 된다. 알버트 아저씨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 그리고 그의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은 1분 사과라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그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사과라는 것을 매우 어렵게 생각하지만 막상 1분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히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사과라는 행위 자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다만 1분 사과가 행해지기 전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으며, 사과를 한 다음에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에 사과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사과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는 것과 성실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진심으로 사과한 후 성실하게 행동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시정해 간다면 어떤 오해나 반목도 풀릴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 동안 멀게 느껴지던 사과라는 행동을 직장에서, 가정에서 좀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실한 사과 한마디는 사람 사이의 갈등을 너무나도 손쉽게 해소시켜 주고, 어쩌면 끊어질 수도 있었던 인간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연결해 줄 것이다. 또한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부담감까지 속시원하게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차례

역자서문

1장 - 젊은이, 위기에 처하다

2장 - 1분 사과?

3장 - 1분 사과는 이렇게...

4장 - 1분 사과를 통한 상황 대반전

5장 - 내가 배운 1분 사과

젊은이의 다짐

 

젊은이, 위기에 처하다

 

사장

다음 주 월요일이 마침 공휴일이라 주말부터 시작되는 사흘이란 황금휴가를 눈앞에 둔 금요일. 긴급 이사회 회의가 소집되었다. 회의실 안에는 연단에 선 사장이 사안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두고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감 있게 의견을 피력하던 사장은 이사회의 날카로운 질문공세가 시작되자 차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도대체 이 문제를 얼마나 방치해 둔 겁니까? 처음 발견한 때가 대체 언제입니까?

왜 지금까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죠?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예상도 못했다는 말씀이신가요?

이사회의 질문이 쏟아졌다. 사장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극구 자기 방어에 급급하더니 어느새 공격적인 언사로 변했다. 그것이 결국 사장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이사들은 평소의 사장답지 않은 낯선 모습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사장이 말을 마치자 모두가 할 말을 잃은 듯 회의실 전체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모두 방금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젊은이

비서실장인 젊은이도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놀란 것은 젊은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오랫동안 사장을 존경해 왔던 터라 사장이 오늘 보인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러다간 회사가 망하는 게 아닐까? 막연한 불안감에 가슴이 옥죄이는 것을 느끼며 젊은이는 어떻게 회사를 살릴 수 있을까?라고 자문했다. 사장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사회가 회사의 회생을 포기할 것이고 그러면 당장 직원들이 거리에 나앉을 판이었다. 냉랭한 회의실의 적막을 깨고 이사회 의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변명과 자기 정당화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휴가가 끝나는 화요일 아침에 회의를 속개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앞으로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믿을 만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사장단 교체도 불사하겠습니다.

의장이 휴회를 선언하였다. 사장은 의장의 발언에 큰 충격을 받은 듯 자리에서 일어서다 잠시 휘청거렸다. 놀란 젊은이는 황급히 사장을 부축하며 회의실 문을 나왔다. 사무실로 돌아온 젊은이는 상황을 곰곰이 따져보았다. 화요일 아침 이사회 회의에서 사장님이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사장단 교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 사장님을 도울 해결책은 뭘까? 과연 그것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던 젊은이에게 불현듯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내 친구 알버트를 찾아가거라. 1분 경영자로 나를 도와주었던 알버트는 네가 어려울 때 반드시 널 도와줄거야.

젊은이는 즉시 알버트 아저씨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직원은 알버트 아저씨가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알버트 아저씨와 1분 사과

그 날 저녁 젊은이의 아파트에 전화벨이 울렸다. 알버트 아저씨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히 자넬 도와야지. 마침 특효약이 한 가지 있네. 이건 다른 사람에게도 많이 가르쳐 준 방법인데, 이 방법을 제대로만 사용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결 수월할 거야. 1분 사과라는 것인데 상황을 듣고 보니 자네 사장에게도 이 처방이 필요할 것 같군.

1분 사과요? 젊은이가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

전화로 일일이 설명할 수가 없구나. 이곳으로 놀러 오너라. 아마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될 거야. 마침 오늘 7시 3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있더구나. 그걸 타고 오너라.

젊은이는 일단 별장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1분 사과?

 

진실을 직시한다

공항으로 향하면서 젊은이는 사장의 핸드폰에 메시지를 남겼다. 월요일 아침 일찍 출근하겠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연락처를 남긴 후 전화를 끊었다. 호숫가에 다다르자 문 밖에서 기다리던 알버트 아저씨와 그의 아내 캐럴 아줌마는 이게 얼마 만이니?며 젊은이를 반갑게 맞았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알버트 아저씨가 말을 꺼냈다.

어차피 오래 머무를 수 없을 테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자넨 이번 주말에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뭔가?

사장님을 어떻게 도울지 조언을 구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골프라도 한번 치고 가면 좋겠지만, 회사일을 생각하니 한가롭게 있을 수가 없네요.

걱정 말게. 잘 해결될 거야.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내가 ~을 했어야 했는데 하는 식의 후회하는 말들은 피하자꾸나. 자꾸 이런 말을 하다 보면 문제 자체에 사로잡혀 점점 더 자신감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거든. 과거에 집착하느라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게 되지. 따라서 솔직하게 자신을 반성하고 성찰해 볼 시간도 가질 수 없게 된단다.

알버트 아저씨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젊은이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은 호숫가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젊은이는 회사가 겪고 있는 문제점을 모두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알버트 아저씨가 말했다.

상황이 그렇게 나쁜 줄은 몰랐구나. 이제야 네가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는 지 이해가 간다.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회사가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겠어.

아저씨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가장 빠른 방법이 있기는 하지.

말씀하신 1분 사과라는 건가요?

그래. 제대로만 실행한다면 1분 사과야말로 이 상황에 적절히 들어맞는 가장 빠른 특효약이지.

좀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지난 20년 동안 나는 경영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세 가지 비결이 있다고 믿어왔다네. 1분 동안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성취한 직원에게는 상을 주며 그렇지 못한 직원은 꾸중하는 것이지. 이 세 가지 비결을 가르쳐 달라는 강연 요청을 종종 받곤 하지. 그런데 한번은 내 강연을 듣고 한 최고경영자가 만약 경영인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하더군. 바로 그때부터 1분 사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어. 요즘에는 1분 사과가 내 넷째 비결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야.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잘못을 깨달은 순간 사과해야 한다는 거네.

 

일단 행동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해. 1분 사과에서 중요한 점은 일단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아니라 근본원인을 고치는 것이야.

어떻게 단 1분만에 그처럼 많은 일을 다 할 수 있죠?

물론 사과를 준비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하지만 사과하는 행위 자체는 1분도 안 걸리기 때문에 1분 사과라고 말하는 것일세.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건 사과하기 이전이야. 벌거벗은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거든. 이 과정이 없다면 사과를 해도 별 소용이 없어.

젊은이는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사장의 문제도 똑같아. 많은 지도자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야. 정작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회피하는 꼴이지. 지금 자네 사장은 빠르게 침몰하고 있는 배의 선장과 같아.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선원들까지 함께 바닷속으로 끌고 간다는 점이지. 잘 생각해 보렴. 그러면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결국 똑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야. 단지 사건의 이름, 날짜, 장소만 틀릴 뿐이지.

대체 그 근본 원인이 뭐죠?

진실을 대면하려고 하지 않는 점! 이렇게 되면 사안이 무엇이든 문제는 걷잡을 수 없게 돼.

그래서 사장님의 문제도 이렇게 커진 것 같아요. 처음 사장님을 만났을 땐 늘 진실에 귀를 기울이는 분이셨어요. 하지만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변하기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자기 스스로 중요한 인물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진실을 쉽게 인정하지도 않고 바른 결정을 내리지도 못하셨어요.

스스로를 진실에서 분리시키는 사람들, 아무 일도 없었다 혹은 내 잘못이 아니다라며 발뺌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계속 진실을 부정하지. 그러다보면 결국 진실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단다. 그러면 사과는 불가능하게 되지.

젊은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물었다.

왜 사람들은 그토록 진실과 대면하기를 꺼리는 거죠?

진실이야말로 사람을 자유롭게 풀어줄 열쇠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지. 진실과 기만은 결코 함께하지 못한단다. 진실은 맞거나 틀리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야. 중간지대는 없어. 진실은 사람에게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아. 때문에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진실을 마주하는 일이 아주 거북스럽지.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나니 이제야 사장님의 행동이 이해됩니다. 지금 설명해 주신 내용을 좀더 깊이 생각해 봐야겠어요.

그러는 것이 좋겠구나. 1분 사과를 실천하는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단다. 그 부분은 내일 이야기하도록 하자꾸나.

 

잘못을 시인한다

토요일 아침 7시쯤 눈을 뜬 젊은이는 다른 사람들이 깰까 봐 발꿈치를 들고 커피잔과 수첩을 가지고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리더니 집 앞에 자동차가 서는 것이었다. 젊은이가 돌아다보니 알버트 아저씨와 캐럴 아줌마, 브래드가 차 안에서 나온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누구인지 안 봐도 짐작이 갔다. 애니였다. 젊은이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애니가 그를 반갑게 불렀다.

그러지 않아도 아버지한테서 네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리고 식구들이 모두 식탁에 둘러앉았을 때, 젊은이가 1분 사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젊은이는 지금 회사에 어려운 문제가 생겨서 반드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애니가 입을 열었다.

“‘1분 사과에서 잘못을 시인하는 것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어. 첫째는 바로 나 자신에 관한 것이야. 즉,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는 것이지. 둘째는 상대방에게 내가 실수를 깨달았음을 느끼게 해주는 거야. 자기 잘못을 시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가 옳다는 자세를 버려야 해. 그래야 자신에 대해 백 퍼센트 철저히 솔직해질 수 있고, 실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거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 다음에는 자기가 저지른 잘못과 상대방이 입은 피해에 대해 완전히 책임을 져야 해. 이때 필요한 것이 겸손과 용기야. 아버지께서는 늘 위대한 지도자는 일이 성공하면 다른 사람에게 공을 돌리고 일이 잘못되면 모든 책임을 떠 안는다. 하지만 자기 중심적인 지도자는 일이 잘 되면 모두 자기 공이라 말하고 잘못되면 남을 비난한다고 말씀하셨어.

그럼 사장님이 어제 이사회 회의에서 보인 행동은 자기 중심적인 지도자 유형에 속하는 것이군. 젊은이가 마음 속으로 따져보았다.

 

애니가 힘주어 말했다.

잘못을 시인하는 것은 설령 합리화할 수 있는 변명이 있더라도 이를 묻어버리고 상대방이 용서하든 안 하든 사과해야 한다고 먼저 스스로 느끼는 것이야. 그러고 나서 즉시 행동을 취해야지. 여기서도 꼭 기억할 것이 있어. 잘못을 시인하기 위한 둘째 부분을 보면 바로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야. 먼저 상대방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말해야 해. 그러고 나서 자신이 그 실수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하는 거야. 내가 얼마나 난감했고 창피했으며 또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느끼는 이상 행동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야. 이런 과정을 거쳐야 사과를 해도 힘이 나고 상대방에게도 내가 건성으로 사과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어.

알버트 아저씨가 애니의 말에 덧붙였다.

내 기분이 어떤지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고, 실제적인 행동의 변화도 없다면, 그러한 사과는 기계적인 동작에 불과해. 겉으로 흉내만 내는 꼴이지.

저 역시 감정을 털어놓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자기가 한 일이 비참하고 창피하게 여겨질 때에는 더욱 그렇고요.

젊은이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알버트 아저씨가 말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단다. 그러니까 용기와 겸손이 필요하지.

 

성실한 행동으로 보여준다

아침식사 후, 캐럴 아줌마는 조용히 집에 남아서 책을 읽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머지 일행만 보트를 타고 호수 반대편에 사시는 나나 할머니의 집으로 향했다.

어서들 오너라. 저녁식사에 쓸 야채를 뽑으러 온 게냐? 올해 채소 농사가 정말 잘 되었어.

잘 지내셨어요? 할머니. 젊은이가 정중히 인사했다.

얘가 베티의 아들이냐? 아이고, 이게 얼마 만이냐. 몰라보게 자랐구나. 그런데 이곳엔 어쩐 일이냐?

알버트 아저씨는 나나 할머니에게 젊은이가 별장에 오게 된 이유를 간략히 설명했다.

“‘1분 사과에 대해 배운 게로구나?

. 지금까지 잘못을 시인하는 것에 대해 배웠고요. 이제 1분 사과의 둘째 부분인 성실한 행동에 대해 배울 차례에요. 이 부분은 아저씨께서 할머니께 배우라고 말씀하시던데요? 누구보다 할머니께서 잘 알고 계신다고..

기분 좋은 칭찬이구나. 내 남편, 그러니까 애니와 브래드의 할아버지는 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결국 성실한 행동만 남는다라고 말하곤 했지……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마. 에이브러햄 링컨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야. 칼 샌드버그의 저서 중에 링컨의 실패담에 관한 이야기가 있지. 나는 때때로 그 책을 읽으면서 모두가 실수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곤 하지. 너랑 그 책에 대한 이야기나 나누어야겠다.

잠시 후, 책 한 권을 가지고 오신 할머니는 책갈피가 꽂힌 페이지를 펼쳐 젊은이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지도자라는 위치에 있으면서 자기가 바라는 삶을 지켜나간다는 것이 때론 무척 어렵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젊은이는 의아해하며 할머니가 건네준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 남북전쟁 당시 버지니아 북부에서는 치열하게 반격해 오는 남군과의 싸움이 한창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도방위 경비를 담당하던 스콧 대령이 링컨 대통령을 찾아왔다. 스콧 대령의 아내가 아픈 남편을 간호하러 워싱턴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체사픽 베이 증기선 충돌사고로 사망한 직후였다. 대령은 슬퍼하는 아이들을 위로하고 아내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연대장에게 휴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워낙 전쟁이 급박해서 장교 한 사람의 몫이 아쉬운 때였으므로 그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당연히 휴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스콧 대령은 이에 굽히지 않고 군대의 위계질서를 어겨가며 애드윈 스탠튼 국방장관에게 직접 휴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장관 역시 그의 요청을 거절했다. 결국 대령은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급기야 통수권자인 링컨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게 된 것이었다. 토요일 오후, 마지막 접견객으로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선 스콧 대령은 링컨 대통령에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링컨 대통령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잠시만이라도 나를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나? 밀려드는 요청에 조금도 머리를 식힐 수가 없어. 왜 이 따위 문제로 여기까지 오나? 인사과에 가란 말일세. 서류나 휴가문제는 인사과 담당이잖아! 스콧 대령은 스탠튼 장군이 휴가를 허락해 주지 않아 부득이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 못 가는 거지!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스탠튼 장관이 어련히 보내주지 않았겠나? 위계질서와 명령은 지키라고 있는 것일세! 게다가 지금 나보고 스탠튼 장관의 결정과 규칙을 번복하라는 말인가? 지금 내가 할 일 없이 노는 사람처럼 보이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네. 그깟 휴가문제 따위로 낭비할 시간이 조금도 없단 말일세! 자넨 지금 전쟁 중인 걸 모르나? 아내가 죽어서 힘든 건 자네뿐만이 아니네! 그렇게 어리광이나 부리고 있을 시간이 조금도 없단 말일세! 우리가 할 일은 싸우는 것, 하나뿐이야! 링컨 대통령의 분노에 스콧 대령은 크게 좌절하여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

 

젊은이는 책에서 눈을 떼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나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학교에서 배운 링컨과 너무 다른데요. 사실 당시 상황에 비추어보면 그 결정 자체는 올바른 것이었죠. 하지만 링컨은 늘 남을 배려하는 자상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잖아요? 좀 충격적이네요.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링컨이 왜 휴가를 허락할 수 없는지 그 이유를 진지하고 차근차근한 어투로 설명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성실히 설명하는 것과 변명을 늘어놓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거든.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유를 밝히는 것이 설명이라면, 자신의 잘못을 묻어버리고 책임을 최소화하려고 이유를 내세우는 것이 변명이란다.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할 변명은 자기 자신만 속이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거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이야기는 링컨답지 않아요.

젊은이는 적잖이 실망한 듯 말했다.

페이지를 넘겨서 다음 장을 한번 읽어보려무나. 

 

- 다음 날 새벽녘, 스콧 대령은 막사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스콧 대령이 아직 잠에 취한 채 문을 열어보니 문 앞에 링컨 대통령이 서 있었다. 스콧 대령, 어제 저녁 나는 사람도 아니었네. 정말 할 말이 없네. 링컨 대통령은 스콧 대령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어제는 너무 심신이 지쳐 있었네. 그렇다고 해도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아내를 잃어 실의에 빠진 사람을 그렇게 험하게 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네. 밤새 후회하면서 뒤척이다가 용서를 청하러 이렇게 왔네. 링컨 대통령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러고 나서 이미 스탠튼 장관에게 연락하여 부인의 장례식에 갈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해두었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대령을 자신의 마차에 태워 친히 포토맥 증기선 부두까지 배웅해 주었다 -

 

정말 감동적인 1분 사과네요. 링컨은 기꺼이 스스로에게 솔직해졌고, 잘못을 인정했네요. 또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성실히 책임을 지고 상대방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달았어요.

또 재빠르게 행동으로 옮겼지. 책에 다음 날 새벽녘이라고 쓰여 있지 않니? 또 그는 구체적으로 말했어. 어제 저녁 나는 사람도 아니었네.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아내를 잃어 실의에 빠진 사람을 그렇게 험하게 대하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라고 말이야. 게다가 잘못을 저지른 후 자신이 느낀 기분도 솔직하게 털어놓았지. 밤새 후회하면서 뒤척이다가라고 말이야. 할머니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그는 사과하기로 마음먹은 순간에 아랫사람을 시켜서 스콧 대령을 집무실로 불러오지 않았단다. 스스로 대령의 막사까지 찾아갔지. 전날 링컨은 계속해서 대령에게 군대 내 서열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어. 하지만 이성을 되찾고 생각해 보니, 군대의 위계를 따질 상황이 아니었던거야. 링컨이야말로 1분 사과에서 진심으로 잘못을 시인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인물이지. 뿐만 아니라 둘째 항목인 성실성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기도 하단다.

젊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표시를 보였다. 알버트 아저씨가 물었다.

이제 1분 사과에서 필요한 성실성의 의미를 알겠나?

, 그런 것 같아요. 링컨의 일화를 통해 큰 깨달음을 받았어요. 다른 사람에게도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할머니, 성실성에 대해 가르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분 사과는 이렇게

 

1분 사과는 이렇게

식사준비가 끝나갈 무렵, 나나 할머니가 집에 도착했다. 식사를 하면서 1분 사과를 주제로 하여 서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나 할머니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25명이 한 팀이 되어 강을 따라 브리티시 콜롬비아 지역을 여행할 때였다. 그해 겨울 캐나다는 폭설로 다른 때보다 강 수위가 높았지. 관광 가이드가 경고는 했지만 솔직히 우리들 중 그 누구도 여행을 그만두고 돌아갈 정도로 걱정한 사람은 없었어. 우리 팀에는 아이가 딸린 가족이 둘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부부지간이었어. 그 중에는 얼굴이 징그럽게 얽어 있는데다 심한 흉터까지 생긴 사람이 끼어 있었지. 무척 흉측했어. 꼬마 아이들은 늘 등뒤에서 괴물이라며 소곤거렸어. 여행 중에 한번은 봉고차로 비좁은 비포장도로를 두 시간 가량 달려서 다음 코스로 이동해야 할 일이 생겼어. 그런데 도중에 우리들의 식량을 실은 트럭이 봉고차 앞에서 떡하니 버티고 멈춰버렸단다. 고장난 트럭 때문에 봉고차가 지나갈 수가 없었지. 게다가 가장 가까운 마을도 수백 마일이나 떨어져 있어서 도움을 청할 수가 없었어. 게다가 휴대폰까지 먹통이지 뭐야. 서비스 구역을 벗어나서 연결이 통 되지 않았어.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지.

나나 할머니는 잠시 이야기를 중단하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가이드가 몇 번이고 트럭에 시동을 걸려고 애써 보았지만 매번 실패였어. 우리들은 점점 더 두려워지기 시작했지. 정말 이러다간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 이렇게 추위와 공포로 한참을 떨고 있는데 그 괴물이 돌아왔어. 그러곤 자동차 보닛을 열고 뭔가 만지작거리더니 엔진을 떼어내는 거야. 모두들 새파랗게 질려버렸지. 꼬마아이들은 괴물이 엔진을 다 부숴버렸다고 울어댔지. 나는 화가 치밀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뭘 하는 거냐고 따졌지. 그러나 그는 내 말을 무시하며 오히려 위협적인 목소리로 핀셋이나 철사 머리핀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나 알아보세요라고 말하더군. 말은 매정하게 했지만 눈은 자신감에 차 있었지. 그래서 나는 그가 필요로 하는 도구를 찾도록 도와줬지.

나나 할머니는 잠시 숨을 돌리더니 이야기를 계속했다.

한 시간 후에 그는 훌륭하게 트럭을 고쳐놓았단다. 모두가 열광했지. 특히 꼬마들은 박수를 치고 살았다!며 환호하고 난리법석을 쳤지. 그는 가만히 얼굴만 붉히고 있더군. 그때부터 그는 괴물 대신 영웅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갖게 되었어.

할머니는 이야기를 하면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소방관이었어. 얼굴의 심한 흉터는 불길에 휩싸인 8명의 유치원생을 구조하다가 입은 화상이었고... 여행 마지막 날 밤, 우리 모두는 모닥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어. 일행 중에서 가장 개구쟁이였던 꼬마가 벌떡 일어나더구나. 그 애는 사람들이 다 모인 이 자리에서 그동안 영웅에게 못되게 대했던 것을 사과하지 않고는 저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더군. 이야기를 듣던 우리의 영웅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아이를 번쩍 들어올리더니 넓은 품안에 꼭 안아주었단다. 할머니는 감격스러운지 손으로 눈가를 찍으며 말했다.

아이의 눈을 쳐다보며 영웅이 말했어. 나도 너에게 사과할 일이 있구나. 나는 너희들도 모두 내가 화상을 입은 뒤에 만났던 사람들과 똑같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지. 그래서 너희들이 나에게 다가올 수 없도록 선을 그어놓았어. 나도 사과한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 날 모두는 헤어짐이 아쉬워서 자리를 뜨지 못했지. 모두 여행이 끝나는 것을 안타까워했어.

젊은이가 말했다.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요. 영웅이라는 한 사람의 긍정적인 행동이 그 곳에 있던 모든 사람을 변화시킨 거예요. 그러니 누가 그런 시간을 끝내고 싶겠어요?

맞아, 진심으로 사과하고 자기 자신을 용서하며 상대방의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하고 자신의 변화를 증명해 보이면 어느 틈엔가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지. 그러면 주변 사람들도 평화로워진단다.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따로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얻기가 힘든 걸까?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가슴으론 왜 그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참 이상하지?

마음의 평화라. 지금 사장님이 갖고 있지 못한 것이군. 하긴 나도 마찬가지지하고 젊은이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자기 자신에게 사과하기

일요일 아침, 젊은이와 알버트 아저씨 가족은 교회에 가기 위해 일어섰다. 안전벨트를 매면서 젊은이가 알버트 아저씨에게 말했다.

이런 일들이 있기 전까지는 진짜 사장님을 존경했어요... 하지만 아저씨 질문에 솔직히 답해 드리죠.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최근 몇 년 동안 사장님은 아저씨께서 말씀하신 비뚤어진 자존심에 사로잡혀 있으신 것 같기도 해요. 언제부턴가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자리나 지위에 대한 집착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어요. 제가 진작 충고를 드렸어야 했는데 주제 넘는 일이 아닌가 싶어 가만히 있었던 게 잘못이었어요. 너무 자책하지 마라. 사장은 비뚤어진 자존심에 사로잡혔고 자네는 계속되는 자기 부정으로 두려워했을 뿐이야. 두 사람 다 잘한 일이 아니니 자기 자신에게 먼저 사과해야겠구나. 사과하고 나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그런 다음,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켜서 자기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끼친 피해를 보상해야지, 안 그래? 이게 문제를 푸는 올바른 방법이야.

유익한 조언 감사드려요. 여러 가지로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분명해졌어요. 1분 사과를 배운 덕에 정말 제 마음 속에 큰 변화가 일어났어요.

어떤 면에서?

제 자신이 달라졌어요. 생각하는 방식부터 달라졌거든요.

, 생각하는 방식만? 행동은 아니고?

알버트 아저씨가 조금 짓궂게 물었다. 아저씨의 의도를 알아챈 젊은이는 겉으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어떻게 행동을 바꾸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상대방에게 사과 받기

차 안에서 젊은이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죠. 본인은 응당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사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죠? 잠자리에 들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잘못한 사람이 용기가 없어서 자기 잘못을 시인하지도 않고 사과도 하지 않으면 어쩌지? 그러면 상대방은 마음 속으로 끙끙 앓으며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을까? 하고 말이에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죠?

나나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두 가지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첫째, 다른 사람의 실수를 용서하고 묻어둘 것.

용서가 어디 그리 쉬운가요?

그러자 알버트 아저씨가 진지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누구도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희 사장처럼 자신의 문제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의 기분을 헤아릴 여유가 없어. 하지만 일단 다른 사람의 사정을 이해하고 잘못을 용서하면 짓눌렸던 감정이 사라지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단다.

아무리 그래도 사과를 꼭 받아야 용서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는요?

그럴 때도 있겠지. 분노나 안 좋은 느낌은 그냥 사라지는게 아니니까. 그래서 둘째 결단이 필요하단다. 자신이 어떤 기분인지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거야.

사과하라고 요구하라는 뜻인가요?

알버트 아저씨가 말했다. 그래. 상대방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고, 그래서 내 기분이 어떻게 상했는지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이건 상대방뿐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해. 상대방에게 진실을 말할 용기가 있다면 그건 자기 자신을 존중한다는 뜻이야. 당당하게 사과를 요구한다는 사실 그 자체는 나를 이렇게 대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것이고 자신이 상대방과의 관계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상대방에게 상기시켜 것이며 따라서 네가 이 관계를 지속시키고 발전시키기를 원한다라는 의사를 표시하는 거야.

그렇게 했는데도 상대방이 사과를 안 하면 어떡하죠?

뒷좌석에 앉은 나나 할머니가 말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사과를 받고 안 받고 하는 게 문제가 아냐. 상대방에게 네 기분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행동을 바꾸도록 다짐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그렇게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요?

네게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잘못을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을 못할 만큼 상대방이 너와의 관계를 하찮게 생각한다면 그 관계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니? 알버트 아저씨가 일침을 가했다.

 

젊은이는 별장 식구들과 하나하나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 후, 가방을 들고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타기 위해 굵은 빗속을 뛰어갔다. 기차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젊은이는 다시 한 번 지난 이틀 동안 배운 것들에 대해 감사해 했다. 그러나 막상 기차에 올라타니 조금씩 불안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과연 회사에 돌아가서 계획대로 잘할 수 있을지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하지만 알버트 아저씨에게서 배운 깨달음이 반드시 자신과 사장을 도울 것이라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사장님께서 내 말을 안 들으려고 하실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을 거야. 옳은 일이니까 할 뿐이야.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젊은이의 입가에 별안간 미소가 떠올랐다.

 

1분 사과를 통한 상황 대반전

 

사장과의 대화

월요일 아침, 젊은이는 정확히 7시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젊은이의 눈에 어지러이 널려져 있는 문서들이 들어왔다. 사장은 젊은이를 발견하고는 의외라는 듯 조금 놀란 눈으로 쳐다보더니 곧 만면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사장님께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오해하지 마시고 제가 말하는 내용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젊은이는 한 시간이 넘도록 사장에게 1분 사과에 대해 배운 것을 설명해 주었다. 사장은 이야기 중간 중간에 많은 질문을 했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젊은이는 사장이 얼마나 진심으로 사과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사장은 어려운 상황을 슬쩍 빠져나가는 처세술을 배우려는 것이 아니었다. 한 자라도 놓칠세라 신중하게 듣는 그의 모습에서 절박함과 진지함이 전해져 왔다. 젊은이는 안심했다. 만약 사장이 대충 상황을 모면할 해결책만 찾는다면 1분 사과는 오히려 부작용만 일으킬 것이었다. 젊은이가 이야기를 마치자 사장이 결심을 굳힌 듯 젊은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내내 내일 이사회 앞에서 어떻게 1분 사과를 실행할지 깊이 고심해 봐야겠네. 나도 자신에 대해 완전히 솔직하다는 확신을 갖고 싶어. 그동안 자네는 여기 남아서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는 걸 돕지 않겠나? 곧 다른 임원들도 여기에 모이기로 했다네.

제가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있겠습니다.

잠시 후 각 부서 팀장들이 속속 도착하자, 즉시 회의가 시작되었다.

여러분, 쉬는 날에도 회사에 나오시느라 수고가 많습니다. 며칠 전 제 실수만 없었으면 안 해도 될 걸음인데 정말 죄송합니다.

급작스런 사장의 사과에 젊은이는 깜짝 놀랐다. 사장이 이사회에다 사과할 줄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팀장들 앞에서까지 용서를 구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터였다. 사과하는 사장의 모습은 조금 어색했지만 그래도 그가 진심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장의 1분 사과

화요일 아침 의장이 개회를 선언하였다. 이제 사장의 차례가 되었다. 연설하기 위해 연단 쪽으로 걸어나가는 사장의 뒤통수에 이사들의 싸늘한 시선들이 쏟아졌다. 연단에 선 사장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지금쯤이면 회사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했는지 다들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에는 저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음을 인정하고 전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사장은 슬픈 감정을 억누르느라 잠시 말을 멈췄다가 계속했다.

제가 한 일에 대해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금요일 여러분들은 제가 보인 태도에 적잖이 놀라고 화나셨을 것입니다. 저도 그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그동안 많이 뉘우쳤습니다. 게다가 다른 직원들의 조언에 귀 기울였다면 지난 분기 때 얻은 막대한 손실도 피할 수 있었고 회사의 미래도 밝았을 텐데 제 자만심과 고집에 사로잡혀 듣지 않았습니다. 모두 제 불찰입니다. 주주 여러분들과 직원분들께 제가 얼마나 큰 피해를 끼쳤는지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회사에는 변화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부터 변해야 합니다. 여러분 자리 앞에는 추후 전반적인 구조조정 계획에 관한 보고서가 한 부씩 있습니다. 저는 이 계획으로 회사를 본래 상태로 회복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계획의 세부 내용을 검토하기 전에 먼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원하지 않는다면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조금 전에 이사회에 사직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입니다.

사장은 이렇게 말하고 이사들을 한번 쭉 들러본 뒤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제게 다시 한 번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다시는 지난 몇 달 동안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이사회 및 임직원 여러분들께 약속합니다.

 

사장의 1분 사과가 끝나자, 이사들의 얼굴에 조금씩 안도감이 피어올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냉랭했던 회의실 분위기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었다.

계속하시죠. 의장이 사장의 말을 재촉했다. 사장은 이사회 위원들에게 구조조정 계획이라는 보고서 표지 다음 페이지를 펼쳐 달라고 요청하고는 새로운 계획의 세부내용과 구체적인 실행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나갔다. 사장의 설명이 끝나자, 회의실 안은 긴 침묵이 흘렀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발언권을 이어받은 의장은 이사들과 의논하기 위해 사장과 젊은이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다.

결과가 어떻든 오늘 훌륭하셨습니다. 복도로 나온 젊은이가 사장을 돌아보며 말을 꺼냈다. 그때 젊은이는 얼핏 사장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았다. 사장은 짐짓 태연한 척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이제 말은 다 했으니 행동으로 증명해 보일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

 

30분 뒤 젊은이와 사장은 다시 참석하라는 요청에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의장이 말했다.

모두를 대표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사들은 사장의 연설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진심이 담긴 사과라 사장이 내세운 계획이 백 퍼센트 성취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회사의 운명을 사장께 계속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더 할 말 있으십니까?

회사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월급은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사장의 충격적인 발언에 이사들이 또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제 고용 계약서를 보면 각종 보너스와 퇴직금에 관한 조항이 있습니다. 오늘 이후로 보너스와 퇴직금도 포기하겠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하지만 제가 완전히 제 모습을 되찾을 때까지는 한 푼도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아닌 제 스스로 해내겠습니다. 여러분은 그저 제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는지 평가만 내려주십시오.

회의실 안이 다시 한 번 숙연해졌다. 그러더니 이사들이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힘찬 박수를 보냈다. 사장의 시선이 젊은이를 향하자, 모든 이의 이목도 젊은이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사장이 말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모두에게 이 훌륭한 젊은이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위기에 처한 저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준 사람입니다.

회의록을 받아 적던 젊은이가 깜짝 놀라 멈칫했다. 잠시 동안 알버트 아저씨 및 그의 가족들과 보낸 호숫가에서의 특별한 만남이 젊은이의 뇌리에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는 조용히 입을 열어 사장에게 답례했다. 바로 그 순간 젊은이의 머리를 환하게 밝혀주는 사실이 있었다. 호수를 떠나기 직전 알버트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했던 말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다.

출처 : 상운교회
글쓴이 : 강인철목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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