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요약

[스크랩] 몸은 나보다 먼저 말한다

강인철 2009. 8. 31. 19:04

몸은 나보다 먼저 말한다

피터 콜릿 지음

청림출판/2004년 6월/447쪽/



▣ 저 자  피터 콜릿

잠비아 태생의 영국 사회심리학자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실험심리학과 교수를 지냈다. 그는 각기 다른 사회에 속한 구성원들의 행동 양식을 비교하는 비교 문화 연구와, 몸짓 언어에 담겨 있는 사람의 심리상태와 사회적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데스몬드 모리스와 『제스처, 그 기원과 확산』을 공동 저술했으며, 비교 문화적 관점에서 유럽 각국인들의 습관과 문화를 분석한 『습관을 알면 문화가 보인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여러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현재는 영국 BBC의 인기 프로그램〈Big Brother〉에서 심리학 전문 패널로 일하면서 몸짓 언어와 그 의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역 자  박태선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문학동인 노고 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TV를 켜라, 빅뱅이 보인다』와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부자 되세요』『수정마개』『벤슨 살인사건』『비숍 살인사건』 등의 책을 옮겼다. 현재 전문 번역과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 Short Summary

커뮤니케이션이란 그저 말의 내용만이 오고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인간의 총체적인 부딪힘과 통(通)함이다. 그래서 편지글보다는 목소리를 듣는 게 좋고, 전화로는 풀 수 없는 일을 직접 만나 서로 얼굴을 맞대고서 해결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커뮤니케이션은 그저 말의 내용을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온몸으로 느끼는 것일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피터 콜릿의 『몸은 나보다 먼저 말한다』는 바로 이런 총체적 커뮤니케이션을 얘기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 총체적 커뮤니케이션을 ‘텔(Tell)'이란 용어로 설명한다. ’텔‘이란 특징적 외모나 몸 동작에 담겨 있고, 그 사람에 대한 뭔가를 알 수 있게 해주며,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얼굴이 붉어지는 것, 초조해서 다리를 떠는 것, 눈을 부라리는 것, 팔짱을 끼고 사람을 대하는 것들도 모두 의미를 가진 ’텔‘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 ’텔‘이라는 게 이미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항상 느끼고 이미 반응하고 있는 그다지 새롭지 않은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셜록 홈스의 말대로 우리는 잘 보지만 늘 관찰하지는 못한다. 이 책의 가치는 세상에 널려 있는 ’텔‘들을 세분화해서 하나 하나의 새로운 의미를 밝혀낸 데 있다. 또한 ’텔‘의 백과사전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몸짓이나 말투의 의미를 꼼꼼히 다루고 있다.



▣ 차 례

1장 ‘텔’을 말한다(About Tells)

2장 지배적인 텔(Dominant Tells)

3장 복종 텔(Submissive Tells)

4장 대화 텔(Conversation Tells)

5장 정치 텔(Political Tells)

6장 인사 텔(Greeting Tells)

7장 왕실 텔(Royal Tells)

8장 불안 텔(Anxiety Tells)

9장 성적인 텔(Sexual Tells)

10장 거짓말 텔(Lying Tells)

11장 나라마다 다른 텔(Foreign Tells)

12장 흡연 텔(Smoking Tells)

13장 내막을 폭로하는 텔(Tell-Tales)






* 텔(Tells)이란 무엇인가? - 텔은 포커 게임에서 들고 있는 패에 따라 바뀌는 플레이어들의 표정, 몸짓, 버릇 등을 의미하는 포커텔(Poker Tell)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텔은 단순한 몸짓만이 아니라, 사람의 성향이나 속마음을 드러내는 말투, 옷차림, 서 있는 자세, 눈짓, 걸음걸이, 음성의 높낮이, 생김새, 땀, 홍조 현상, 담배를 쥐는 방식 등 모든 표현 행위를 아우르는 말이다. 우리는 텔을 통해 사람의 감춰진 속내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텔의 개념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번역어가 없어서 원어 그대로 표기했다.



‘텔’을 말하다(About Tells)

옛친구를 만나 학창 시절에 대하여 이야기한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무심코 친구에게 학교 다닐 때가 그립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 친구는 “아니! 난 절대 후회 없어. 그 놈의 학교를 벗어나서 속이 다 후련한 걸.”이라고 대꾸한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오른쪽 눈 밑을 가운뎃손가락으로 살짝 훔쳐낸다. 대개의 경우 이런 사소한 몸짓에 신경을 써야만 할 이유는 없다. 혹시 친구의 행동을 눈여겨봤더라도 당신은 그저 얼굴에 묻은 먼지를 떼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는 먼지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제스처는 사실 하나의 ‘텔(tells)'로서 친구의 감춰진 감정을 드러내는 암시이다. 비록 그가 입으로는 학창 시절을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의 두뇌의 일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두뇌는 가상의 눈물을 훔쳐내도록 손가락에게 지시하는 것이다. 가상의 눈물을 훔쳐내는 친구에게서 우리는 ’자생 텔(Autonomous tells)'을 발견한다. 이 ‘텔’은 진실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 이외에 어떤 목적도 지니고 있지 않다. ‘자생 텔’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므로 그 행동을 한 사람들이나 혹은 그 행동을 목격한 사람들도 전혀 그 의미를 눈치채지 못한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행동과 결부되어 있는 ‘부속 텔(Attached tells)'의 경우와는 다르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서로 인사를 할 때 그들이 악수를 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들이 악수하는 방식에 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그들이 서로의 손을 얼마나 꽉 쥐는지, 손바닥의 위치는 어떠한지, 그들이 얼마나 열의를 보이는지, 그들이 얼마나 악수를 통해 자신의 우위를 내보이려 하는지, 서로 인사를 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말들을 하는지 등 이런 것들이 ’부속 텔‘이다.



‘텔’이란 무엇인가(Defining Tells)

일상적인 ‘텔’에는 매우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당신이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서 있는 자세 ― 손과 발, 눈, 눈썹 등을 움직이는 방식도 포함된다 ― 는 당신이 대화에 얼마나 충실한지, 상대방에 대한 당신의 기본적인 태도를 말해준다. 말을 하면서 머뭇거리는 태도와 ‘저어’, ‘에에’와 같은 말들도 당신의 기분에 대한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한다. 당신이 고르는 단어들과 언어, 말을 구성하는 방식은 다른 사람들에게 ‘공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당신의 언어적인 선택에도 당신의 참된 의향을 드러내주는 ‘가장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텔’은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 ‘텔’은 속성이나 행위이다 : 사람들의 특징적인 외모나 그들의 몸 동작, 그들이 하는 말 등에 ‘텔’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텔’은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키나 몸무게와 같은 ‘속성들’이고, 다른 하나는 팔짱을 낀다든가 미소를 짓는다든가 혹은 비밀을 누설하는 특정한 단어의 사용과 같은 ‘행위들’이다.



- 행위에는 직접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그 사람에 대한 뭔가가 드러나야 한다 : ‘텔’은 우리에게 그 사람의 배경이나 사상, 기분, 혹은 의도에 대해 말해준다. 모든 행동이 ‘텔’은 아니며 누군가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 주는 행동들만이 ‘텔’이다. 물론 우리가 ‘텔’로 인식하지 못하는 행동들이 있다. 우리는 아직 그것들이 그 사람에 대하여 무엇을 드러내주는지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텔’이다. 그 행동들이 사람들의 마음 상태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게 될 때 그것들을 ‘텔’의 목록에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 행위 자체는 눈에 띄는 것이어야 한다 : 관찰할 수 잇는 행위의 여부를 결정하는 한 가지 요소는 크기이다. 예를 들어, 넉넉한 공간의 확보가 필수적인 커다란 몸 동작은 오랫동안 지속될 때 많은 주목을 받게 된다. 반면에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자그마한 몸 동작은 종종 무시된다. 그런 동작들은 오래 시야에 머물러 있지 않거나 다른 행위들에 의해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큰 동작들이 눈에 더 잘 띈다고 해서 우리가 저절로 그 동작들을 알아채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아니다.



- 행위의 의미가 인식되어야 한다 : 누군가가 어떤 특이한 자세를 취했다거나 별난 표정을 지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눈치 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런 자세나 표정이 그 사람에 대하여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지를 인식해야만 한다.



텔의 효과(Telling Tells)

우리가 보았듯이, ‘텔’은 인간 생활의 주변 곳곳에 존재한다. 당장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지켜보자. 그들이 입을 놀리면서 부단히 눈과 입, 손, 몸을 움직이고 있고, 듣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로 계속 무엇인가를 표현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얼굴에 언뜻 스쳐가는 극히 순간적이고, 거의 감지할 수 없는 표정일지라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몸짓에는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전하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그러나 ‘텔’이 대화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혼자 있을 때조차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몸을 꿈적이고, 얼굴을 만지며 그들의 기분 상태에 대한 단서들을 드러낸다. ‘텔’은 때로 본인조차도 알지 못하는 것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어떤 ’텔‘은 두뇌의 무의식적인 과정에 의해 통제되므로 의식적인 영역 너머에 있다. 따라서 ’텔‘은 사람들이 그들의 감정에 대해 제공하는 설명보다도 훨씬 더 정확한 감정의 지표가 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자신의 감정에 대하여 이성적인 통제 하에 말한 것과 무의식적인 ’텔‘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항상 후자를 선택해야만 한다. 어떤 사람이 스스로에 대해 말하는 것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는 우선적으로 ’텔‘을 신뢰하는 것이 좀 더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텔‘은 일반 언어의 구성 성분과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텔‘은 매우 독특한 언어이다. 우리는 모두 그 언어를 유창하게 말하면서도 종종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거나 ’텔‘이 그들에 대해 우리에게 일러 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텔‘이란 언어에 더 능숙해지려면 좀더 예민한 관찰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시작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사람들의 언행에 주의하는 것이다. ’텔‘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그들과의 관계를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또 그것은 나 자신과 나의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지배적인 텔(Dominant Tells)

우리는 처음 사람을 만나게 되면 본능적으로 상대방이 지배적인지 우호적인지 혹은 성적으로 매력이 있는지 등 그들의 성향을 판단한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문제들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들 세 요소는 우리가 상대방에 대해 갖는 인상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들 세 요소는 서열을 나누는 원칙에 따라 상대적인 지위를 가려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족인) 침팬지 무리와 인간이 공유하는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침팬지 무리에서는 우월성의 과시와 순종 표시, 그리고 몸치장의 구분에 의해 구성원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서열이 드러나며, 그에 따라 영역과 식량, 성에 대한 권리가 분배된다. 힘이 센 개체들은 몸 크기와 관련한 인상을 부각시키고, 공격할 준비 신호를 보내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자신들의 우월성을 과시한다. 이러한 과시는 마주보는 위치, 응시 방식, 몸 크기의 과장과 같은 형태를 띤다. 대결 상황에서 볼 수 있는, 팔 다리를 뻣뻣하게 한다든다 귀와 등의 털을 곧추 세우는 동작도 우월성 과시의 표현이다. 반면에 순종적인 침팬지는 눈길을 외면하고, 귀와 털을 뉘이고, 몸을 웅크림으로써 자신의 왜소함을 연출한다. 인간들은 우리의 영장류 친족들이 사용하는 자세 신호들을 많이 물려받았다. 비록 귀를 움직이거나 털을 곤두세울 수는 없지만 우리는 방향 설정, 응시 방식, 몸집의 크기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배와 복종의 신호를 나타내는 자세를 취한다.



키(Tall Tells)

대부분의 동물 사회에서 키와 사회적 지위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간 사회에서도 그와 관련한 통계의 결과는 매우 놀랍다. 통계에 따르면 키 큰 사람들이 작은 사람들보다 더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키가 큰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더 건강하고 더 지적이며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 우리 언어의 일부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는 조직의 ‘우두머리’를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이라 하지 않고 ‘위에 있는 사람들(Superior)'이라 말하고 우리의 문제를 ’극복(rise above)'하거나 ‘이겨내야(on top of)'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자신들보다 더 키가 큰 남성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또한 키 큰 남성들이 작은 사람들보다 생식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발견됐는데, 이는 여자들이 배우자로 키 큰 남자를 적극적으로 선호하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자신을 더욱 우월하게 보이기 위한 한 방법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 몸을 둠으로써 외관상의 키를 높이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다리를 죽 펴고 앉거나, 가능한 똑바로 서는 것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곧추 선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이 웅크린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보다 더욱 지배적으로 보이는 경향이 있고, 도도해 보이기는 해도 반듯하게 서 있는데 익숙한 사람들이 예의를 갖춰 서 있는 사람보다 더욱 자신감이 넘치고 낙관적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또 업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사람들은 다리를 펴고 반듯하게 앉는 반면에 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한 사람들은 몸을 앞으로 굽히고 앉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발견되었다.



얼굴(Face Tells)

오감(五感) -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 - 의 기관은 모두 얼굴이나 그 주변에 있다. 그 중에서 촉각만이 신체의 다른 부위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얼굴은 단지 모든 감각의 양상을 수용하는 장소만은 아니다. 얼굴은 눈과 머리와 얼굴 근육을 포함한 무수한 표정뿐만 아니라 언어의 형태와 억양이나 강세 같은 음성의 특징이 드러나는 신호들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다. 깜짝 놀랐을 때 나타나는 얼굴 표정은 전적으로 무의식적인 동작이다. 미소와 같은 표정은 진실한 기쁨의 표정이거나 진정한 기쁨에 대한 인상을 심어주려는 신중한 시도일 수가 있다. 얼굴은 부분적으로 의식적인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오도하고 기만하기 위한 일상적인 시도의 중요한 진원지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여전히 우리의 감정 상태에 대한 중요한 정보원이다. 얼굴은 두 가지 방법으로 지배 신호를 전달한다. 첫 번째 방법은 ‘얼굴의 특성들’을 통해서다. 예를 들어, 눈썹의 숱이 많은지 적은지, 각진 턱인지 둥근 턱인지 미간이 넓은지 좁은지 등을 통해서이다. 두 번째 방법은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서다. 예를 들어, 눈을 크게 떴는지 가늘게 떴는지, 눈썹이 치켜 올라갔는지 처졌는지, 턱을 내밀었는지 혹은 당겼는지 등이 해당된다. 한 사람의 얼굴 특성은 수십 년 간, 때로는 평생을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얼굴의 움직임은 매 순간 바뀌기도 한다.



목소리(Voice Tells)

음의 고저와 같은 음성 특성 역시 지배와 복종 관계를 파악하는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굵고 낮은’ 소리가 지배와 위협과 관련이 있는 반면에 ‘높고 가는’ 소리는 복종과 양보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연관성은 고래에서 쥐에 이르기까지 동물계 전반에서 발견된다. 순종적인 강아지가 조그만 소리로 앙칼지게 ‘깽깽’거리는 것과는 달리 경비견은 공격적으로 ‘으르렁’거리는데 이것이 그 좋은 예이다. 음성의 높낮이는 인간들의 몸 크기에 대한 증거가 되지는 못하지만 지배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단서들은 여러 면에서 드러난다. 첫째로 굵고 낮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더 굵고 나직한 목소리를 지닌 남성 베이스와 바리톤 가수들이 테너 가수보다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더 많은 경향이 있다. 둘째로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지배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셋째로 음성의 높낮이로 흔히 사람의 본래 성향이나 일시적인 마음 상태가 지배적인지 순종적인지 알 수 있다. 지배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대체로 목소리를 깐다. 존 웨인이 평소 동료들에게 “목소리를 깔고 느리게 말하며 입을 많이 열지 말라.”고 충고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쳐다보기(Looking Tells)

침팬지 무리의 서열은 그 집단의 ‘주목 구조(Attention Structure)'에 고스란히 나타나는데, 하위 개체는 상위 개체를 바라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모든 주의력은 수컷 우두머리를 향해 있다. 기업도 동일한 원리로 운영된다. 기업에서도 하급자들이 상급자들을 바라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모든 사람의 주의력은 사장에게 모아져 있다. 지위가 다른 사람들 사이의 대화에서 지배적인 개인들은 대개 ’시각적인 우월성‘을 드러낸다. 그들은 비율적으로, 들을 때보다는 말을 할 때 상대방을 더 많이 쳐다본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말하기는 듣기보다 더 강한 통제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지배적인 개인들은 말하는 사람 역할에 매달리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 그들은 상대방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그가 귀 기울이고 있는지, 발언권을 빼앗으려고 하지는 않는지를 살핀다. 지배적인 사람들이 듣는 입장에 있을 때는 정반대의 상황이 된다. 이제 그들은 쳐다보는 시간을 줄이면서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주고 싶지 않고, 더 이상 듣는 역할에 머물고 싶지 않다는 것을 내비칠 수 있다. 여유는 지배하는 사람의 본질적인 특징이다. 여유는 완곡하고 느린 신체 동작으로 드러난다. 그 이유는 지배적인 사람들의 행동은 ’경제의 원리(Principle of economy)'에 의해 통제되는 반면에 순응적인 사람들의 행동은 ‘노력의 원리(Principle of effort)'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이다. 하급자들은 상사의 면전에서 불안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서열이 낮은 침팬지처럼 그들은 말썽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부단히 경계한다. 이러한 자세는 그들의 처신과 재빠른 눈 움직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윗사람들은 훨씬 더 자신감에 차 있어서 그들의 눈 움직임은 서두르는 기색이 없고, 부드럽다. 누군가가 니체에게 “귀족주의란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는 “느릿느릿한 제스처와 응시”라고 대답했다.





대화 텔(Conversation Tells)

대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말을 번갈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두 사람 이상이 한꺼번에 말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그런 상황이 어느 정도 지속되면 대화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교대로 말을 하는 이유는 우리 두뇌의 한계 때문이다. 우리는 말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가 없다. 대화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교대로 말을 주고받는 것에 대하여 놀라울 정도로 능숙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들은 자기 차례를 마친 사람과 다음에 말을 시작하는 사람 사이의 시간 간격이 무척 짧아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번갈아 말을 하려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언제 자신이 말을 시작할 것인지 서로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원칙적으로 각자가 발언권을 선언함으로써 이를 성취할 수 있지만 이 방법은 매우 어색하고 비효율적이다. 대신에 말을 하거나 들으면서 사람들이 나타내는 일련의 관례에 따른 신호를 통해 차례 지키기(Turn-taking)가 체계화된다. 따라서 어느 대화든지 두 가지 수준에서 진행되기 마련인데, 사람들이 의견과 생각을 주고받는 ‘공식적인’ 대화와 차례 지키기에 대한 신호를 교환하며 그 대화에 얼마나 충실할 것인가를 제시하는 ‘비공식적인’ 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차례 지키기 신호를 통하여 듣는 이는 말하는 이의 역할을 ‘회피’할 것인지 ‘수용’할 것인지 나타낼 수가 있고, 말하는 이는 발언권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듣는 이에게 발언권을 ‘양보’할 것인지를 알릴 수 있다.



차례 지키기(Turn-taking Tells)

듣는 이의 역할을 맡고 있을 때 당신이 말하는 이에게 발언권을 원한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하나는 ‘주의 신호(Alerting signal)'를 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말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 손을 치켜들거나 눈을 약간 둥그렇게 뜬다. 다른 방법으로는 상대방에게 들릴 만큼 입을 벌리고 숨을 들이쉬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말을 시작하기 바로 전에 보통 행하는 ’예비 동작‘을 약간 과장한다. 세 번째 방법으로 ’부정적인 비공식 통로‘를 보낼 수 있다. ’비공식 통로 신호‘를 보내 말하는 이를 독려하는 대신에 한숨을 내쉬거나 눈길을 외면하고 조바심을 내며 머리를 끄덕임으로써 말하는 이가 발언권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제든지 상대방의 말에 끼어 들어 발언권을 취할 수 있다. 말 중간에 끼어 드는 사람들은 확실한 성공을 위하여 몇 가지 요령을 피운다. 한 가지 방법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상대방보다 더 크게 말하는 사람이 발언권을 얻는 경향이 많다. 다른 요령으로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있다. 주저없이 말하거나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개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끼어 들기에 성공한다. 끼어 들기는 지위나 성, 친숙성, 문화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지위가 서로 다를 때 신분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의 말을 더 많이 끊는 경향이 있다. 지위가 동일할 때에는 남성들이 여성들의 말을 더 자주 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끼어 들기는 대화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따라서 상대방을 통제하려고 한다. 그러한 이유에서 서로 알게 된 지 얼마 안된 관계에서 남성들이 여성들의 말을 더 자주 끊는 것 같다. 남성들이 그들을 개인이 아니라 여자로 대하면서 자기 주장을 펼치려 할 때 말이다.



말하기(Talk Tells)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방식이나 그들이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는지 보다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실제적인 단어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면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간파할 수 있다.



- 대명사(Pronouns) :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I)'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관심이 많은 편이다. ’우리(we)'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은 종종 개인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언급을 피하려고 한다. ‘우리’의 사용은 또한 포괄적인 기분 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



- 유인어(Attractor) : 남의 이목을 끌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은 또한 ‘드로핑(dropping)'에 대한 선호를 보이는데, 이는 ’네임-드로핑(Name-dropping, 과시를 목적으로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친구처럼 언급하는 것)이나 ‘장소-드로핑’, ‘경험-드로핑’ 등의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중에서 ‘네임-드로핑’이 우리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 비껴가기(Deflector) : 숫기가 없거나 남들의 이목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종종 ‘비껴가기’ 전략을 쓴다. 대화 중에 그들은 상대방에 대한 질문만을 하거나 상대방의 관심과 더욱 밀접한 주제로 얘기를 몰고 간다. 이렇게 되면 자동적으로 화제의 초점이 자신에게서 멀어져 그들 자신에 대해 무언가를 드러내야 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수줍어하거나 불안정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다른 비껴가기 전략은 일반적인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 대조어(Contrastor) : '그러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의 단어들은 대조적인 상황을 제시하기 위해 사용된다. 상황이 늘 눈에 보이는 것과는 같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나 다른 관점을 제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이런 말들을 곧잘 사용한다.



- 완화어(Softener) : 사람들은 흔히 앞으로 꺼낼 얘기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말을 한다. 누군가를 비판해야 할 때 당신은 그의 식탁 매너나 교우관계, 잦은 지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하기 전에 “내 말에 오해가 없기를 바라네.”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말게.”나 “비판을 하려는 게 아니야.” 같은 말들은 대개 이중적이다. 그런 말을 하는 자신들의 의향을 부정하면서, 그것이 무례하고 비판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유진 바인슈타인은 이러한 언어적인 장치를 ‘선-해석(Pre-interpretations)' 혹은 간단히 ’프린텁(Printerps)'이라고 부른다. ‘프린텁’의 잠재력은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누그러뜨리는 능력에 있다.



- 헤지(Hedges) : 일상적인 언어에는 ‘well', 'sort of', 'kind of', 'like', 그리고 ’you know'와 같은 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 대화상의 뜸을 들이기 위해 사용하는 말들을 ‘헤지(hedges, 말꼬리 잡히지 않도록 빠져나갈 구멍을 계산한 말)라고 부른다. 헤지를 사용하는 이유와 누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많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흔히 “오늘 날씨가 좀 쌀쌀하네요.(It's kind of cold today.)"와 같은 말을 할 때 ’kind of'(혹은 ‘kinda'), 'sort of'(혹은 ’sorta') 같은 헤지들을 사용한다. 이러한 표현에는 어딘지 애매함이 담겨 있다. 이러한 헤지들은 진술의 부정확성을 설명하도록 말하는 이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설명하는 것은 무엇이나 각별한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인사 텔(Greeting Tells)

인사는 몇 가지 중요한 일을 수행한다. 첫째, 인사는 사람들에게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할 기회를 제공한다. 둘째, 인사를 통해 광범위한 사회 규범을 지키기 위한 상호 신뢰의 토대가 마련된다. 셋째로 인사는 사람들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가 어떠한지 알게 해주거나 재확인시켜 준다. 인사 예법은 문화마다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한 공동체 내에서는 꽤 정형화된 패턴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 자체도 형식이 다양하고, 그것을 행하는 행위자들의 특성을 판단할 수 있을 근거로 삼을 만큼 사람마다 인사하는 방식이 다양하다.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는 방식을 관찰함으로써 그들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며 서로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어떠한지를 알 수 있다. 인사는 다음과 같은 세 단계를 거친다. 당사자들이 서로 알아보고 상호 인식의 신호를 보내는 ‘인지 단계’와 그들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접근 단계’, 그리고 악수나 포옹 등의 행동을 하는 ‘만남의 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우선 사람들이 서로 어느 정도 떨어져 있고 주위에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이 모든 단계들을 거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접근의 단계가 생략되고 단계들이 하나로 단축되는 경향이 있다. 각각의 단계에서 사람들이 행동하는 방식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서양 사회에서의 인지 단계는 당사자들이 서로를 얼마나 잘 알고, 그들이 맺고자하는 친밀함의 성격에 따라 여러 형태를 띤다. ‘거리 신호’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눈썹을 치켜올리거나 입을 다문 채 미소를 짓거나 손바닥을 살짝 내보이거나 머리를 가볍게 숙이는 동작 등의 ‘정중한 신호’이다. 다른 하나는 한 손이나 양손을 흔들거나 입을 벌려 미소를 짓거나 활짝 웃으며 상대방을 큰 소리로 부르는 행동과 같은 ‘열광적인 신호’이다. 다른 하나는 한 손이나 양손을 흔들거나 입을 벌려 미소를 짓거나 활짝 웃으며 상대방을 큰 소리로 부르는 행동과 같은 ‘열광적인 신호’이다. 들뜬 감정을 강조하기 위해 사람들은 종종 눈을 둥그렇게 뜨거나 입을 쩍 벌리면서 깜짝 놀란 시늉을 한다. 적당히 안면만 있는 사람들은 정중한 인지 신호를 교환하는 게 일반적이고, 오래 전부터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사이인 경우, 특히 그들이 오래간만에 만났을 때는 열광적인 인지 신호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인지 신호의 속성상 동등한 관계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지위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악수(Handshake Tells)

악수를 통해 사람 관계의 질적인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대답은 “그렇다.”이다. 악수는 분명 효과를 발휘한다. 미국의 엘런 코노파키(Allen Konopacki)가 기발한 실험을 통해 그것을 밝혀냈다. 그는 실험을 위해 25센트짜리 동전을 공중전화 부스에 놓아두었다. 이 부스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낯선 사람들은 즉시 그 동전을 주워 호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그들이 부스에서 나올 때 한 학생이 그들에게 다가가 동전을 보았는지 물었다.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동전을 본 일이 없다고 시치미를 뗐다. 실험의 후반에서 학생은 부스에서 나오는 사람한테 목례로 자신을 소개하고 악수를 건넨 다음에 동전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동전을 호주머니에 넣었던 사람들의 24퍼센트만이 거짓말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악수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 악수가 유대감을 형성시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기가 훨씬 더 어렵게 된다. 악수를 결속의 인사로 제시하는 근거 중의 하나는 두 사람이 동일한 행동을 수행한다는 사실, 바로 그 대칭성에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악수하는 방식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그들이 약간 다른 행동을 취하고 이러한 행동들이 그들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서로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중요한 정보원 구실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악수 텔’이 관찰자들에게 항상 뚜렷하게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악수를 나눈 본인들도 분명하지 않은 때가 있다. 누가 먼저 악수를 청해 손을 내밀었는지, 손을 위아래로 몇 번 흔드는지, 누가 악수를 주도하는지, 미소를 동반하는지, 악수를 하며 서로 무슨 말들을 하는지에 따라 악수의 의미는 매우 다양해진다. 손을 쥐는 방식 자체도 손을 꽉 잡느냐 느슨하게 잡느냐, 손을 잡은 느낌이 건조하냐 축축하냐, 상대방 손의 위치, 몸의 나머지 부위에서 어떤 동반 동작이 이어지느냐에 따라서도 무척 다양하다. 악수를 사소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악수는 사람들 사이의 권력 관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여러 모로 크다. 효과적인 악수를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손과 손이 직접 맞닿아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람들의 손 위치를 관찰함으로써 두 사람이 동일한 위치에 서려고 하는지 아니면 한 사람이 우세한 입장을 차지하려고 애쓰는지를 알 수 있다. 한 사람이 손을 위로 두는 것은 상황의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의도이고, 손을 아래에 둔 사람은 그것을 방관함으로써 상대방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권력(Power Tells)

정치가들이 악수하는 방식은 말없는 권력의 표정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권력을 얻은 대부분의 남자들처럼 트루먼 대통령도 제 뜻대로만 악수를 하는 습관이 있었다. 1950년 웨이크 섬(Wake Island)에서 트루먼이 맥아더 장군을 만났을 때, 두 사람이 악수를 하는 장면이 사진으로 남아 있다. 사진을 보면 트루먼의 손이 위에 놓여 있고, 맥아더의 손은 아래에 놓여 있다. 트루먼은 말을 하면서 웃고 있는 반면에 맥아더는 시무룩한 표정이다. 사진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보고 있지 않았다. 이로부터 얼마 후 트루먼은 한국에 있던 유엔군 사령관인 맥아더를 해임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국가 원수들이 회담 후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두 사람 모두 긍정적인 측면이 드러나야지 어느 누구도 상대방의 빛에 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은 필수적이다. 두 정치인이 나란히 서 있을 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비해 유리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들이 악수를 나눌 때 사진 왼쪽에 있는 지도자가 자연스럽게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왼쪽에 있는 사람은 팔이 보이는 반면에 상대방의 팔은 가려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왼편의 이점(Left-side advantage)'이다. 부시와 블레어의 만남에 대한 뉴스 보도에서 흔히 그들이 바싹 붙어서 악수를 하는 장면들이 있다. 부시는 으레 사진의 왼쪽에 있고 블레어는 오른쪽에 있다. 이러한 장면을 보는 시청자들은 단지 두 정상이 서로 악수를 하는구나 하고는 무심히 지나친다. 그들은 사진의 비대칭성과 그것이 두 지도자에 대한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 부시의 팔이 화면에 더 많이 나오므로 알게 모르게 그가 더 지배적이고 더 많은 권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효과는 두 지도자가 서로 밀착하여 ’끌어당기는 악수‘를 할 때 더욱 잘 드러난다. 그 상황에서는 오른쪽에 있는 사람의 팔은 거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때로 화면의 오른쪽에 나오는 불리함을 최소화시키려는 방도를 모색한다. 어쩌다 사진의 오른쪽에 서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치인들은 누군가와 악수를 나눌 때 수동적으로 보인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을 향해 팔을 쭉 내뻗거나 카메라를 향해 몸을 돌림으로써 불이익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키스(Kissing Tells)

어떤 사회이든 성과 연령, 사회적 지위에 따라 인사를 하는 방식에 엄격한 규율이 적용된다. 인간 사회에도 역시 불문율이 있지만 다른 동물 사회에 비해 유동적이고 명확하지 않은 점이 있다. 키스의 종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정황을 무시하고 개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지만 누군가의 볼에다 키스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악수만 하면 되는지를 판단하기는 수월치 않다.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앨 고어(Al Gore)와 부시가〈오프라 원프리 쇼(Oprah Winfrey Show)〉에 차례로 출연했다. 고어는 그 프로에 나오기 전부터 이미 키스쟁이(kisser)로서 명성을 얻고 있었다. 그는 그 전달에 전당대회에서 아내인 티퍼(Tipper)를 끌어안고 강렬한 키스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고어는 오프라의 쇼에 나와서는 점잖게 그녀와 악수를 나누었다. 상당히 대조적으로 부시는 오프라의 볼에 키스를 하였다. 두 대통령 후보가 오프라에게 인사를 하는 방식은 두 사람의 이미지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고어는 냉담하고 멋대가리 없는 사람으로 여겨졌고, 부시는 개방적이고 호의적인 사람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저마다의 방식은 굉장히 사소한 것이지만 종종 행위자의 이미지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성적인 텔(Sexual Tells)

구애 행위에서 ‘텔’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상 ‘텔’이 없다면 구애와 애정 및 섹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텔’의 중요성은 구애와 애정, 섹스를 위해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신호 교환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이 신호들은 성적인 성향과 이용 가능성, 준비성, 궁합에 관한 것이다. 의도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성적인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찬찬히 뜯어보며 얼마나 섹시하고 매력적이며 열정적인 사람인지 판단하는 동안 우리도 그들에 대하여 똑같은 생각을 하느라 바쁘다. 이런 점에서 ‘성적인 텔’은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꽃가루 입자들과 같다.



육체(Body Tells)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성적인 추론을 하는 근거들 중 하나가 ‘2차 성징(Secondary sexual characteristics)'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용어를 남녀의 ’1차 성징(Primary sexual characteristics , 남성의 페니스와 고환 그리고 여성의 질과 자궁, 난소 등)‘과 구별되는 비 생식적인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다. 남성에게 2차 성징은 얼굴과 가슴의 털, 굵고 낮은 목소리, 근육질의 몸 등이 포함된다. 여성에게 그것은 유방과 넓적한 골반, 허벅지와 볼록한 엉덩이 등이다. 자연의 의도는 이러한 2차 성징을 통해 남성과 여성이 짝으로서 상대방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성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의도는 대부분 충족된 것처럼 보인다. 다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남성들은 풍만한 젖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가진 여성을 더욱 매력적으로 생각한다. 반면에 여성들은 털이 북슬북슬한 가슴팍과 떡 벌어진 어깨, 아담한 엉덩이를 가진 남성을 선호한다. 남성들이 바라는 신체적인 특성들을 소유한 여성들은 남성들의 눈에 훨씬 더 잘 띈다. 그렇지만 눈에 잘 띄는 것과 남성들이 그들에게 접근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사실상 남자들은 매력적이지만 손에 넣기 어려운 여자보다 예쁘지는 않아도 적당히 꼬리를 치는 여자를 쫓아다닌다. 구애 신호와 외모 간의 경쟁에서는 구애 신호가 대개 쉽게 이긴다. 여기서 우리는 유혹적인 행위의 주된 목적은 2차 성징을 강조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것은 남녀마다 활용하는 유혹 신호들이 왜 다른지에 대한 단서가 된다. 어떤 여자가 입술을 삐쭉 내밀고 허리를 굽히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 젖가슴의 윗 부분을 드러나 보이게 했을 때, 그녀는 자기 성의 신체적 특징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들은 ‘채식(彩飾: illumination , 아름다운 빛깔을 칠해 꾸미는 일)’과 같은 것으로 마치 잡지 속의 화려하게 장식된 글자들처럼 여성의 외모에서 특정한 부위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여자 앞에서 키를 한껏 커 보이게 하고 가슴을 부풀리며 목소리를 까는 남자도 본질적으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여성다움과는 대조적인 남성다움을 과시하려고 자기와 여성 사이의 차이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행동(Action Tell)

1, 2차 성징은 남녀의 차이를 나타내는 외형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다. 겉모습의 차이에 만족 못한 남성들과 여성들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행동함으로써 그들 간의 차이를 명확히 한다. 행동의 이러한 차이 - 레이 버드위스텔(Ray Birdwhistell)이 재치있게 ‘3차 성징(Tertiary sexual characteristic)'이라 이름지은 - 는 남성과 여성에게 각자의 성별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을 상대방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여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남성은 사내스러운 행동에 열중할 것이다. 그는 가랑이를 벌리고 앉거나 발을 공동의 공간으로 뻗고 팔을 펼치며 자신의 큰 몸집은 수용할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인상을 심어 준다. 또 몸을 더욱 자주 들썩이며 자세를 바꾸고 자기가 말하고 있는 것을 강조하려고 손짓을 동원하며 손을 몸에서 충분히 거리를 두고 움직일 것이다. 대조적으로 여성의 제스처들은 몸 안쪽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다움을 나타내기 위해 그녀는 동작을 느리게 하고 손짓에 신중을 기하며 다리는 밀착시키고 신체를 위한 공간이 덜 필요하다는 인상을 심어 준다. 얼굴 표정에서 상황은 거꾸로 된다. 여성은 쾌활하고 활달한 반면에 남성은 자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한다. 성적 평등이 많이 성취되고 있는 것과는 상관없이 남성들과 여성들은 전형적인 행동을 통해 반대편의 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한다. 남자들은 더욱 남성다운 방식으로 처신하고 여자들은 더욱 여자답게 행동한다. 남자들이 더 남자답게 보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우월감의 과시를 통해서다. 남자 행동의 ’장식적인‘ 많은 부분(키를 더 커 보이게 하고 가슴을 부풀리며 다리를 벌리고서 서거나 앉는 것 등)이 사실상 지배 신호인 반면에 여자 행동(발목을 꼬고 앉거나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얼굴을 만지는 것 등)의 많은 부분이 또한 복종 신호이다.

출처 : 상운교회
글쓴이 : 강인철목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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