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요약

[스크랩] 소비에 중독된 아이들

강인철 2009. 9. 25. 08:32

▣ 저 자  안드레아 브라운

1964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1985년부터 교사로 활동하면서 아동들을 대상으로 중독예방조치를 소개하고 실행해왔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그녀는 ‘장난감 없는 가정’을 그녀의 가정에 적용하여 성공하기도 했다. 저서로 『아이들과 깃처럼 가볍게 창의적인 춤을 추라』가 있다. 현재 Neu-Ulm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 역 자  배인섭

1963년에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독문학 박사. 독일 부퍼탈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하인리히 뵐의 앙가주망과 미학」「하인리히 뵐의 풍자 “Es wird etwas geschehen" 연구」「사실과 현실」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역서로 『위대한 보스 Ⅰ,Ⅱ,Ⅲ』『칭기즈칸』『레고 스토리』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최근 십 년 동안 언어 장애아동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이 놀랄 만큼 많은 숫자는 텔레비전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 등의 이유로 아이들이 말할 기회가 너무 적다는 데 기인한다. 의사소통을 위해 개발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이제는 오히려 의사소통과 언어를 죽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올바르게 이끄는 사람’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오래 전부터 거의 모든 부모가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은 소비를 통해 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부모 세대와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은 절제나 자제 혹은 부족함에는 익숙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물질적인 소비뿐만이 아니라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를 통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우리의 아이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있으며 이를 제지하기 위한 부모들의 노력과 아이들의 관계는 갈등의 연속으로 치닫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을 이 책은 제시하고 있다. 소비는 교육과 학습과정을 거쳐 습득되는 하나의 기술이며 훈련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이제 소비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그 교육자는 다름 아닌 부모들이다.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그리고 건강한 소비자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부모와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차 례

1장 혹시 우리 아이가 중독된 것이 아닐까?

2장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3장 우리 아이를 독립시키자

4장 장난감 없는 유치원

1장 혹시 우리 아이가 중독된 것이 아닐까?

아무런 부족함도 없어 보이는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중독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과연 어떤 이유에서일까? 아이들에게 소비란 어디에나 존재하며 극히 정상적이다. 그들은 소비하며 자라난다. 텔레비전과 비디오게임 그리고 군것질거리 등이 유행하고 아이들이 거기에 빠져들어갈 때 부모는 더욱 현명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군것질을 하던 것이 점차 과다한 소비로 이어진다면, 이는 이미 소비중독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무분별한 소비에 대한 중독 위험을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이란 있을 수 없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진정 결핍된 것은 자주적․ 창의적인 인간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부모들의 관심과 사랑이다. 이 결핍 요소가 채워지면 아이들은 강한 만족을 느끼게 되고, 여러 가지 위험들에 대한 저항력도 갖게 된다. 모든 일에 대해 부모와 함께 대화하고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신뢰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사랑과 보호 그리고 관심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것을 사주게 되며 그 결과 아이는 ‘부족함’을 제외한 모든 것을 가진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 한편 부모가 교육적인 의도를 가지고 “안 돼!”라고 말했는데 아이는 그 기억이 누적되어 욕구가 생길 때마다 눈치를 보게 되며 그 결과 ‘결핍’에 대한 불만을 품은 아이로 자라나는 경우도 있다. 부모의 마음이 왜곡되어 전달되거나 혹은 지나치게 많이 표시되어 아이가 부모의 본심 그 자체를 느낄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종종 아이들은 ‘아주 현실적인 것들’에 대해 칭찬을 받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들의 꿈과 환상에 대해서도 똑같이 칭찬을 받고 싶어한다. 보호, 사랑 그리고 관심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지 못할 때 이는 특히 비정상적인 소비행위로 이어지게 된다. 사랑과 보호를 경험하지 못한 어린이나 청소년은 자기 스스로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별난 행동으로 이목을 끄는 아이들은 사실 사랑에 굶주려 있는 것이며, 이 ‘배고픔’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우울하고, 불행하고, 외롭게 고립되어 있다고 느낀다.


아이들에게 진정 부족한 것들

너무 작은 놀이 공간

예전에 아이들은 많은 공터에서, 건물들 사이의 빈터에서, 들판 등에서 여러 가지 놀이를 할 수 있었다. 그런 놀이세계는 오늘날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이들, 청소년들의 생활환경은 크게 변화되었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여가는 드문 일이 되어버렸다. ‘공놀이 금지’ 혹은 ‘잔디밭 출입금지’ 같은 것들은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게끔 강요하는 것이다. 집에서도 공간의 부족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나는 좁은 공간에 거주하는 가족들을 여러 번 봤다. 그들은 결코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 수 없었고, 텔레비전이 항상 그 자리에 함께 했다. 아이들은 그들의 삶 속에서 충분한 놀이 공간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자기들의 편이 되어줄 어른들과 새로운 놀이공간을 창출해 주는 사회가 필요한 것이다.


모자란 친구 관계

현대 사회에서는 상황이 아주 좋지 않을 경우에는 심지어 온 가족이 고립되는 상태에 이른다. ‘고립’은 아이들이 더 이상 예전처럼 이웃집 아이들과 함께 등교하지 못한다는 것, 숙제를 마친 후 우르르 몰려다니며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하여 함께 자라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구와 연관된 문제들로 고통받는 것은 특히 아이들이다. 광고는 친구와의 우정을 그리는 이런 마음을 정확하게 공략한다. 거기에선 바비 인형이 최고의 여자 친구이고, 파워레인저가 아이들을 유혹한다. 이런 상황은 아이들이 집에서 텔레비전 앞에 앉아 완전히 고립될 때까지 계속된다. 결국 이런 상황은 아이들의 만남을 차단할 뿐 아니라, 개성을 진작하고 발전시키는 요소들을 두루 갖춘 놀이들을 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들은 친구 관계를 발전시키고 키워나가기 위해 우연한 만남과 충분한 공간 그리고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지루함을 못 견디는 아이들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다. 대개 그들은 부모나 교사를 찾는다. “너무 심심한데 뭐 할까요?” 이런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부모들은 머뭇거림도 없이 대답한다. 가장 빠르고 가장 단순한 선택, 텔레비전 아니면 비디오 보는 일이다. 교육 기관에서는 교사가 무언가 놀이에 적합한 것을 제안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소비로 연결된다. 청소년들은 무엇인가 체험하고, 일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일상의 흐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한다. 이런 체험은 그들에게 자유를 만끽하며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는 기회가 된다. 단순한 대체 만족을 통한 왜곡 없이 지루함을 체험하게 되면 일정 시간의 경과 후엔 반드시 창의적인 과정이 생겨난다. 지루함은 아이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가늠해보는 중요한 과정들의 시작인 것이다.


점점 비밀이 늘어나는 아이들

아이들은 비밀을 좋아한다. 비밀을 만들어 어른들에게 감추려는 욕구는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는 나이에 나타난다. 이후 이런 상황은 또래집단으로 이어진다. 어떤 청소년이 또래집단에 부모가 끼어 들기를 바라겠는가? 이런 아이의 변화는 지극히 정상적인 성장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동화는 우리 모두의 자산이며 교육의 구성 요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화는 부모들의 빠듯한 시간 그리고 만화책, 그림책, 카세트테이프,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의 생생한 경쟁자들 탓에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환상의 세계를 접한다면, 그들은 내적으로 만족하기 때문에 소비 세계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자기만의 영역을 가질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해 아이들은 비밀, 신화 그리고 동화를 필요로 한다.


많은 용돈, 넘쳐나는 선물

용돈은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 일단 이렇게 정하고 나면 일일이 제한하는 것은 금물이다. 또한 학용품 등 꼭 필요한 물건들을 용돈으로 구입하게 해서는 안 된다. 용돈은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이용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에 익숙하다. 그 결과 아이들 방에 온갖 종류의 잡동사니들이 쌓이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 되었다. 아이 방에 인형이 두 개가 아니라 스무 개가 있다면, 과연 아이가 그것들 모두에게 친근감과 애정을 느낄 수 있을까? 아마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보고 시장이 그들에게 권하는 것 모두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진 아이는 각각의 물건이 지닌 가치 및 소비하지 않고 만족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누구를 본받을까

흡연하는 부모는 자식들에게 담배를 금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다. 가족의 경축일이라든지 집에서 파티를 할 때 항상 술이 함께 하지는 않았는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약물은 어떤지, 몸이 편치 않으면 바로 약상자를 열지는 않았는지? 어른들이 침울한 상태에서 대체 만족을 찾는 모습을 어린이들이 보고 자란다면, 이들이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어른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청소년들은 세심하게 상품화된 새로운 우상의 영향으로 완전히 그릇된 이상과 소망을 품게 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의미 있는 소비 생활을 하고, 광고와 잘못된 우상들에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른들 스스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


미디어에 점점 중독되는 아이들

텔레비전

어느 토요일 오후, 친척집을 방문했을 때 나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동네 어린아이들이 어울려 술래잡기, 고무줄 놀이 등 여러 가지 놀이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어느 집의 문이 열리더니 엄마가 자기 아이를 향해 소리쳤다. “레나, 사이몬! 티거엔텐클럽 시작한다!” 모든 아이들이 순식간에 집으로 들어가 텔레비전 앞에 자리 잡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길은 텅 비어버렸다. 나는 상상할 수 있었다. 입을 헤벌리고 주위 세계에 대해서는 귀와 눈을 반쯤 닫은 채 방송을 통해 세상을 체험하는 모습을. 부모들은 텔레비전을 아이 잘 보는 보모 혹은 아이를 잠재우는 K.O 펀치로 생각한다. 아이들은 이 ‘매혹적인 친구’와 노는 것을 거부하지 못한다. 설사 ‘좋은’ 프로그램만 시청한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 텔레비전 앞에 붙잡혀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디어와 관련된 경고는 아이가 처음으로 텔레비전 방송을 시청할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전자 미디어를 의식을 가지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습관을 처음부터 부모가 일깨워야 하는 것이다.


비디오게임

대부분의 가정에 컴퓨터와 비디오게임이 밀려 들어왔다. 많은 부모들은 새로운 게임기나 최신의 비디오게임 모듈 혹은 게임 CD를 구입하려는 아이들의 요구에 저항해보지만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백기를 들어야만 한다. 아이들은 “공부 더 열심히 할거란 말이에요.”라고 굳게 약속하면서 부모를 설득하지만, 컴퓨터의 용도는 거의가 게임과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문제가 되는 것은 청소년이 보아서는 안 되는 것들 예를 들면, 음란물과 폭력물 그리고 정치적 선전물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정말로 중독성이 강하며 많은 시간을 순식간에 허비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진정한 대화와 놀이를 완전히 잊게 된다. 새로운 환경은 아이들의 생활 속에 엄청난 다양성을 가져다주었다. 그렇지만 독자적인 창의력, 폭넓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사회적 능력의 습득 같은 간과할 수 없는 요소들이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소비하는 것은 사람을 점점 타성에 젖게 만든다. 많은 것을 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습관이 들어버리면 자기 자신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는 발전시킬 수 없게 된다. 아이들은 어디서나 새로운 미디어와 만나게 되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만남과 배움은 그 밖의 삶을 보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절대로 모든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는 자신이 가져보지 못했던 것들을 아이들에게 선물하면서 자기가 이루지 못한 소망을 아이를 통해서 이루어 보려고 한다. 그로 인해 물질적으로 풍부해질수록 아이들은 오히려 친구들과 뛰어다니면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정신적인 여력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모든 과도한 요구들의 대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한 문장 하나를 써보고 싶다. “너의 원래 모습 그대로, 그렇게 있으면 돼!”


2장 부자 아이 가난한 부모

끌리는 것이면 무엇이든 갖고 싶은 아이들

채워지지 않는 과도한 욕구

광고를 통해 상표에 대한 인식이 생겨난다. 아이들은 오로지 광고에 등장하는 브랜드만이 가치를 인정받고, 다른 모든 것들은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가 자기 생일날 ‘진짜’ CD 플레이어의 포장을 뜯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부모는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며 절약해야 한다. 어느 다른 아이들은 ‘겨우’ 자전거 한 대를 원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전거의 본래 목적이 이동 수단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전시용 자전거’를 갖고 싶어하는 것이다. 생일 선물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결코 충족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소망을 이루고 나면 결국 이런 문제가 생겨난다. 다음 번엔 무얼 받지? 내년엔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나도 함께 할 수 있어, 무조건.

우리는 누구나 어떤 그룹에 소속되지 못한다는 느낌을 경험한다. 사람들이 갖고있는 개성과 자신의 개성이 다르다고 본인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한 그룹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개성을 조금씩 포기하기를 강요받는다. 그 강요받은 부분을 포기했을 때 비로소 그런 단체에 소속될 수 있는 기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아이들은 비슷하다. 비싼 메이커 청바지만을 고집한다거나 특정한 수건과 신발은 필수이다. 언젠가 한 친구는 놀라서 기절을 할 뻔했다고 말했다. 자기 딸이 메이커 운동화 때문에 온 가족을 미치도록 만들었을 때의 일이었다. 오랫동안 부모를 조른 끝에 결국 원하는 것을 살 수 있었고, 딸은 자랑스럽게 그 신발을 신고 학교에 갔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이 집 담벼락에 대고 그 신발을 있는 힘껏 문질러 닳아 떨어지게 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가 이유를 묻자 딸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런 새 신발을 신고는 창피해서 학교에 갈 수가 없어!” 집단에 의한 압박감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유행’이다. “딴 애들은 이런 것을 모두 가지고 있단 말이야.”라는 아이의 말을 들으면 부모의 마음은 약해진다. “그래, 우리 아이만 빠져서는 안 되지. 어린것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그렇지만 이런 왜곡된 사실을 한 번 자세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엔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하며 이를 통해 아이들의 주체성과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다. 주체성과 자신감이 없이, 집단의 유행을 그대로 따라하는 아이들이 커서는 담배, 술, 그리고 마리화나 등의 마약을 처음 경험할 때, 거절하지 못하게 된다. 자아 존중의 감정과 관련하여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고,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이런 요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소비는 중독된다

중독이라는 개념은 아주 특정한 행동방식 즉, 피할 수 없는 욕구를 의미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문제의 해결을 대체 만족에서 찾으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여기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는 세 가지 측면이 있다.


-정신적인 종속성 : 편안한 느낌을 갖기 위해선 특정 소비 물질을 꼭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육체적인 종속성 : 어떤 소비 물질을 완전히 끊어버리면 병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마약이나 술 혹은 약의 오용 등의 경우를 말한다.

-중독성 물질에 대한 적응 : 중독의 증세를 보이는 사람의 육체는 언제부턴가 새로이 기분이 좋다는 느낌을 얻기 위해서 해당 물질의 점점 더 많은 사용을 요구한다.

‘중독’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약 중독자나 알코올 중독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부분적으로는 정상이라 여기며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상황들까지 포함된다. 전형적인 중독자란 말은 없다. 중독의 과정, 중독의 진행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중독에는 크게 마약, 담배, 알코올 등을 포함하는 ‘물질과 연관된 중독’ 그리고 놀이, 식욕, 구매욕 등과 관련된 ‘비물질적 중독’이 있다.


워크맨, 콜라 그리고 만화

워크맨을 차고 머리에 헤드폰을 끼고서, 손에는 캔 콜라를 들고, 만화를 읽는 것은 원칙적으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많은 청소년들에게는 ‘그것 없이는’ 삶 자체가 무의미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워크맨은 청소년들이 원하는 ‘벗어남의 기회’를 제공한다. 워크맨을 이용한 과도한 음악의 청취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수동적이고 편향적인 경향을 유발한다. ‘후유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경향은 사회적 교류의 감소, 서로 다른 두 세상의 체험으로 요약될 수 있다. 워크맨을 사용하는 사람은 음악을 들으며 자기 자신의 세계를 체험하지만 소리를 잃은 ‘외부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참여 없이 완전히 비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만화책이나 잡지들을 붙잡고 심취하는 것 역시 똑같이 해석될 수 있다. 워크맨 없이는 지낼 수 없다고 느끼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는 그들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자기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대화는 어떻게 과도한 소비를 억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텔레비전, 컴퓨터, 비디오게임 그리고 인터넷

텔레비전은 아이들의 체험과 행동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그들에게 더 넓은 세계를 보여준다. 부모들은 부차적으로 나타나는 ‘교육 효과’에 대해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정보는 단지 제한된 감각(시각과 청각)을 통해서 전달된다. 산책을 하다가 생쥐 가족을 관찰하면서 얻은 체험과 동물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보는 것 사이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져 보고, 조사하고, 자문을 구하고, 설명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진정하고 참된 삶이며 배움이다. 텔레비전 앞의 아이들에게 세상은 단지 화면이라는 작은 창만큼만 열려져 있다. 많은 부모들에게 자식들의 TV 시청을 감독하고 조정하는 것은 벌써 시간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가족끼리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친구와의 접촉이 부족해지는 것 역시 커다란 문제이다.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TV 시청을 통해 강하게 제한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가족 환경의 파괴로 그리고 창의력과 환상의 결여로 이어진다. 또한 사회 속에서 타인과 접촉하고 그 관계를 올바로 이끌어가는 능력이 감소되기도 한다.


광고는 아주 특별한 역할을 한다. 텔레비전 광고가 영향을 미치면서 아이들은 비로소 소비자가 된다. 취학 전 아이들은 광고를 모두 사실로 받아들인다. 7세가 돼서야 아이들은 서서히 광고가 그들에게 의도하는 바를 이해하게 된다. 현란하고 멋진 그리고 완벽한 광고와 미디어의 세계 속에서 자의식의 발전이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저해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텔레비전 과다 시청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신체 이상은 시력 저하, 두통, 자세 불균형, 순환기, 소화기 장애 그리고 신경 과민과 수면 장애이다. 더 나아가 아이들은 종종 자기들이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화면을 보게 됨으로써 겁을 내기도 한다. 타인과의 접촉을 두려워하는 대인 기피증도 여기에 속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과 싸워가면서 텔레비전에서 떼어놓으려고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텔레비전의 모험, 만화영화 시리즈 혹은 음악 프로그램을 보며 그들의 꿈을 키우기도 한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한다. 다만 부모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왜 봐야 하는지, 혹은 아예 보지 말아야 하는지 몸소 보여줘야 한다.


컴퓨터 게임들은 강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컴퓨터나 비디오게임을 하면서 아이는 가상의 세계 속으로 사라진다. 이는 승리를 체험하고픈 욕구이며 아이가 시간 감각을 완전히 잃게 만드는 기술이 지닌 매력이다. 게이머는 지속적으로 다음 단계에 도달하고 새로운 도전에 맞서 보려고 애쓴다. 게임은 종종 완전히 지치거나 피로해진 다음에야 끝나게 된다. 다행히도 게임은 다른 중독성 물질들과는 달리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지루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른 게임이 시장에 나올 때까지는 중독에서 벗어나게 된다. 어떤 게임은 집중력이나 반사 능력을 발달시켜 주기도 한다. 적당한 정도로 하게 되면 게임들은 평범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 될 수 있다.


인터넷의 과다 이용은 심리적 중독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 번 빠져든 사람들은 이 미디어의 매력에서 다시는 벗어나지 못한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하여 무한히 많은 정보들을 불러낼 수 있다. 온라인 중독자들은 시간 감각을 잃어버리고 사회적인 교류, 학교 혹은 직업을 소홀히 한다. 실제 세상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들에겐 가능한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서 보내는 것만이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이미 인터넷 중독자를 위한 자활치료모임들이 생겨났다. 인터넷, 텔레비전 그리고 컴퓨터 게임, 비디오게임 등 이 모든 미디어들은 각자의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다. 재미를 만들어주고 정신적인 지평을 넓혀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들은 여가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들 중 극히 일부여야 한다. 실제로 하는 체험은 이 미디어들이 제공하는 가상 세계를 통한 간접체험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훨씬 중요하다.



3장 우리 아이를 독립시키자

어른은 아이들의 모델

부모와 교사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뚜렷한 영향을 미치는 모델이 된다. 사춘기 전(前)단계 혹은 청소년기 때까지 삶의 방향을 정하고, 특정한 생활 형태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규칙과 가치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어른들이다. 아이에게는 이 세상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기만 하다. 아이는 부모의 행동 하나 하나의 행동을 차곡차곡 기억한다. 아이는 아직 다른 선택이나 옳고 그름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매일 매일의 체험을 쉽게 받아들인다. 어려서 주위환경과 주위 사람들이 소비하는 모습, 술과 음식 그리고 약물을 대하는 모습을 기억하는 아이들은 후일 별 저항감 없이 이런 대상들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작은 일이라 하더라도 부모는 더 적은 소비, 더 현명한 소비를 결정할 수 있고, 이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보여줄 수 있다.


민주적인 교육방식

토마스 고든은 그의 저서 『새로운 가족회의』에서 권위적 교육방식이든 비권위적 교육방식이든 어느 한 만으로는 아이들을 자주적이고 책임감 있는, 즉 사회적인 경쟁력을 갖춘 어른으로 키우는 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 두 가지 방법들은 너무 한쪽 방향으로 치우쳐 있어 아이들을 공격적이고, 중독에 빠져들기 쉬운 비사회적 인간으로 키워낼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이다. 제한이나 규칙이 없는 비권위적 교육을 받은 탓으로 정신없이 여기 저기 부딪히고 다니는 아이와 마찬가지로, 엄격하고 권위적인 교육을 받은 아이 역시 사회 속에서 상황에 따라 자신의 억제된 공격성을 터뜨리게 된다. 민주적인 교육 방식은 이들 방식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애쓴다. 이런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는 긴밀하게 협력하는 동반자의 입장을 유지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공동의 행동 규칙이 지켜져야 하며, 계속 반복해서 새로 검토하고 고치고, 지켜지지 않았을 때엔 함께 대화를 나누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교육과정에서부터 아이를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대하게 되면 나중에도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로 대하게 된다.


어떤 교육 방식도 아이가 중독의 유혹을 완전히 이겨낼 수 있게 해준다고 보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민주적인 교육 방식은 아이들에게 충분한 자의식과 책임감을 키워줌으로써 다른 아이들의 달콤한 유혹에 대항해 분명한 자신의 입장을 내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동시에 부모는 권위를 유지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권위를 권력을 내세우는 것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말하는 권위는 모범을 보이는 태도이고, 독창적인 개성, 공감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아이들의 걱정과 필요에 대한 이해심 바로 그것이다.


의식 있는 소비의 즐거움을 가르쳐라

현대 사회에서 소비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부모와 교사는 아이들이 소비를 올바르게 하도록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가족이 모두 함께 대화를 나누며 어떤 물건이 괜찮을지, 너무 비싼 것은 아닌지, 그 만큼의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래 일을 해야 하는지 등 돈과 관련된 일을 아이들에게 투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 것이든, 가족 공동의 것이든 물건을 구매할 때는 아이들과 함께 비판적으로 세심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여러 가지 광고전략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은 어떤 제품이 중요하고, 가치가 있고, 과연 그것이 필요한지, 좋은 장난감과 나쁜 장난감을 어떻게 구별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어른들 역시 항상 제품 광고에 대해 정보를 가질 필요가 있다. 텔레비전 광고를 완전히 피하고 싶다면 비디오로 녹화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부모와 교사로서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무자비한 광고 홍수에 대항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장난감에서 해방된 가정

아이들은 다양한 장난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장난감을 놓고 다투고, 질투한다. 이런 현상은 창의력의 빈곤에 기인하는 것이다. 장난감에서 해방된 시간은 습관적인 소비 형태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다. 내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보겠다. 내 딸 마리 수잔(7세)과 아들 니콜라이(3세)는 장난감 하나를 놓고 서로 가져야겠다고 다툼을 벌이는 그런 때가 있다. 그런 이후에는 대개 하품하며 지루해하는 시간이나, 아니면 마구 때려부수는 분노의 시간이 찾아왔다. 가족 모두가 그런 상황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가족회의

우리 가족은 아이들의 놀이와 관련해 대화했다. 우리 딸은 자기 방이 너무나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는 것을 싫어했다. 동생이 너무 많이 뛰어 놀기 때문이었다. 또한 딸애는 방을 계속 정돈하는 것이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딸아이는 많은 것들을 정말 지루하다고 느꼈다. 어린 남동생은 그런 일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렇지만 싸우는 것은 좋지 않다고 느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장난감들을 치워버릴 수는 없는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두 아이는 금세 그 제안에 동의했다. 우리는 장난감을 현격하게 줄여 아이들이 적은 장난감을 소중히 여기며 갖고 놀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의 놀이 변화 

우리 가족 모두는 아이 방이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물건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서 우리는 아이들의 지긋지긋하던 싸움이 새로운 놀이로 인해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서 새로운 방법으로 놀았다. 우리 아이들은 훨씬 더 책임감 있고 창의적인 놀이를 보여 주었다. 두 아이는 산책을 하거나 거리를 다니며 발견한 흥미로운 것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의 놀이는 자주 집안 전체로 확대되었다. 식탁을 변형한다든지 부모의 침대 위에서 뛰기도 했던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집안에서 더 많은 공간을 주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여러 가지 집안 일을 아이들과 함께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함께 낄낄거리고 즐거워하며 요리를 하기도 했고 그러면서 정말 아름다운 대화를 나누었다. 이렇게 하는 대화는 서로를 훨씬 더 가깝게 만들어주었고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물론 가끔씩은 지루함이 찾아왔다. 그렇지만 그 시간을 견뎌낸 이후에, 우리는 이런 단계가 창의력과 집중적인 놀이를 위한 새로운 추진력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집 안에서만이 아니라 집 밖 자연 속에서도 아이들은 항상 주변에서 보아왔던 몇 안 되는 물건들을 가지고 즐겁게 놀았다. 아이들은 가지고 있는 재료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장난감들을 만들어냈다.


가족 간의 대화

2주일 후에 우리는 첫 대화 모임을 가졌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방이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아이들은 방이 좋다고 얘기했고, 계속 그런 식으로 놀고 싶어했다. 아이들은 장난감에 대한 불만이 전혀 없었고, 치워놓은 장난감을 언제 돌려 받게 될지 묻지도 않았다. 우리는 규칙적으로 가족 회의를 하는데, 모두가 그것을 중요하다고 여겼다.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 문제들 그리고 각자의 감정에 대하여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모두는 아주 진지했다. 우리는 치워놓았던 장난감 중 약간을 아이 방으로 돌려주기로 합의했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아이들에게 금욕이 아니라, 의식 있는 자세를 가르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어떤 것을 다시 갖고 놀고 싶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단지 몇 개만을 얘기할 뿐이었다. 막상 갖고 노는 장난감은 몇 개 되지 않으며, 또 적은 장난감을 갖고 놀 때 오히려 더 집중하여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게 된 것이다.


주저하는 부모를 위한 제안

“휴가를 떠날 때 장난감을 전혀 가져가지 않거나 한 두 개만 챙겨 가도록 해 보라!” 우리는 가방에 자리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이런 작은 시험을 해보았고, 나중에는 불문율이 되다시피 했다. 처음에 우리가 힘들게 꾸리고 짊어지고 갔던 장난감들이 실제로 휴가지에선 별 소용이 없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는 장난감 이상으로 다양한 자연의 경험과 직접 몸으로 느끼는 모험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런 상황에서 장난감은 오로지 짐이 될 뿐이었다. 그 때부터 우리 아이들의 여행 가방에는 동화책, 크레용 그리고 종이가 들어갈 뿐이었다. 그것이면 정말 충분했다.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면서도 이런 방법으로 접근했다.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자연으로 소풍을 갈 것을 계획한다. 자연은 모험을 체험하는 엄청난 가능성을 제공한다. 그밖에 이런 짧은 시간 동안 가족 내에서는 대개 의견 교환이 증가한다. 그리고 이런 시간을 통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4장 장난감 없는 유치원

‘장난감 없애기’ 프로젝트

1993년 처음으로 펜쯔베르크의 유치원에서 이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은 석 달 동안 장난감 없이 오로지 주어진 재료들 내지 프로그램만으로 지내야 했다. ‘장난감 없는 유치원’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아이 스스로 생활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보통 장난감 없애기 프로젝트의 진행 기간은 12주로 한다.


단계 1 : (교사) 정보수집 - 중독 예방과 관련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함. 그룹의 구성과 진행을 전문적으로 보조하기 위해 전문 인력이 함께 하거나 시행 이전에 그룹에게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 지도자나 부모에게는 계속해서 정보를 제공하고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


단계 2 : (부모) 토론, 질의 & 응답, 투표 - 우선 내용, 목표, 진행 그리고 기간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전문 인력이 뒷받침해주는 것이 가장 좋음). 이 부모 모임에서는 심각한 논쟁들이 벌어진다. 한쪽은 긍정적인 부모들이고, 다른 한 쪽은 회의적이며, 걱정을 하는 부모들이다. 그런 부모들에게 장난감이 없는 시간이 아이의 전체 성장과정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을 확신시켜 주어야 한다. 토론의 뒤를 이어 투표가 실시된다. 내가 실습을 했던 유치원에서는 교사들과 부모들이 70%가 찬성하면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단계 3 : (교사) 아이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기 - “너희들은 어떤 놀이가 제일 재미있니?” “우리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들을 치워 볼까?” 등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의 반응을 모으는 데에는 적어도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아이들과의 대화 이후에 모든 장난감을 함께 치우는 행사를 한다. 제한된 그림 도구와 조립 장난감은 그룹별로 자물쇠로 채운 상자에 넣어둔다. 소그룹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 조립을 하려고 한다면, 아이들은 그 계획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왜 그것을 하려고 하는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무엇이 필요한가?). 그리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마치고 나면 다시 치워놓는다. 또는 점차적으로 장난감을 줄이는 방법이다. 수리가 필요한 것 혹은 내버려져 있는 장난감만 치운다. 이 과정에서 언제나 아이들과 협의를 한다. 이후에 아이들이 포기하고 싶은 장난감들로 이어진다. 계속 진행하면서 점차 나머지, 조립 장난감 그리고 책들을 차츰차츰 치워나간다. 끝까지 남은 장난감은 함께 창고에 정리해 놓는다.


단계 4 : (아이들) 장난감 없이 놀기 - 놀이 공간 내지 부속 공간은 가구, 이불, 베개 그리고 매트리스로만 채워진다. 아이들은 그들에게 허용된 이런 재료들만을 선택해야 하고, 이 단계에서 아이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아이들이 따로따로 행동하지 않고, 공동의 계획에 이용하려 할 때만 보조 재료(가위 혹은 연필 등)를 허용한다. 이는 아이들의 도피적인 행동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교사는 아이의 정신적 욕구를 돌보아 준다는 중요한 과제를 갖고 있다. 아이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아이 곁을 지켜주고, 지루함을 함께 극복하고, 그럴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 주는 일들이다. 부모들도 일정 부분 동참해야 하며 부모들과의 의견 교환 역시 교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출처 : 상운교회
글쓴이 : 강인철목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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