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요약

[스크랩] 행복하고 당당한 아이로 키우는 비결(트리시 마지 지음)

강인철 2009. 10. 1. 09:59

▣ 저 자  트리시 마지

미국의 유아교육자로 30여 년 동안 교사, 대학교수, 교육위원회 의장, 작가로 일해 왔다. 네 아이의 어머니로서의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워크숍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지금은 필라델피아에서 취학 전 아동을 위한 '취학 준비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 Short Summary

행복하고 당당한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유아교육자이자 네 아이의 어머니로 40년간 교육과 육아 경험을 통해 쌓아 온 자신의 육아 비결을 생활 속의 이야기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쓰고 있다. 그래서 그가 들려주는 육아 지침은 단순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삶의 지혜를 담은 그의 조언들은 아이를 기르는 부모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활력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며, 부모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그가 제안하는 육아 지침들은 크게 다섯 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다. 귀기울여 듣고 배워라, 아이의 후원자가 되라, 아이의 삶에 동참하라, 계획을 세워라, 아이의 성장을 즐겨라가 그것이다. 또 각각의 주제 아래 다시 열 개의 지침이 저자와 저자가 만났던 다른 많은 부모들의 지혜가 녹아든 이야기와 함께 엮여 있다. 하지만 저자는 어떠한 육아 지침보다도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의 기본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위대한 선물이다. 저자는 일찍부터 사랑을 알고 날이 갈수록 깊어 가는 사랑을 느끼며 자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그리고 부모에게 있어서 아이와 함께 했던 좋은 기억은 아이를 위해 바친 시간에 대한 값진 보상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 차 례

1. 귀기울여 듣고 배워라

2. 아이의 후원자가 되라

3. 아이의 삶에 동참하라

4. 계획을 세워라

5. 아이의 성장을 즐겨라

1. 귀기울여 듣고 배워라

활력 있는 가정 환경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한 환경이야말로 개인의 성장과 발달에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은 세상을 탐구하려는 자연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곳에는 늘 활력이 넘친다. 아이들은 학습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자질을 가지고 있다. 바로 호기심과 에너지이다. 이 두 가지 자질이 있기에 아이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다른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창이 된다.


부모도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고 싶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귀기울여 듣고 배워라’라는 원칙은 아이와 함께 탐구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배운다는 것은 그 상대가 어린아이든, 아니면 존경하는 다른 부모든 시간을 내어 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고 높이 평가하는 일이다.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보게 되면 주위에 본받을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여러 가지 다양성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늘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일관성 있게 행동하라

일관성이 없다면 무엇을 믿고 의지할 수 있을까? 살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 중 하나는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다. 인생에서 처음 20년을 생각해 보면 그 기간은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의 시기이다. 우리의 정신, 몸, 관계, 희망, 꿈 모두가 매일매일 달라진다. 그런 변화 속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고 있어 언제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나는 시어머니를 처음 만난 날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내 나이 열여섯이었다. 어느 날 마이크는 나를 집으로 데려가 그의 대가족을 소개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마이크는 나를 어머니에게 인사시켰지만 집 안이 너무 시끄러워서 어머니는 아들이 하는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돌아서서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얘들아, 너무 소란스럽구나. 이제 좀 조용히 하는 게 어떻겠니?” 그때 나는 어머니가 내 앞이라 평소와 달리 점잖게 말씀하시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댁 식구들과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야단칠 때마다 늘 그때와 같이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로부터 32년 동안 시어머니를 뵈었지만 놀랍게도 그분이 아이들에게 소리지르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시어머니가 자녀들에게 베푼 가장 큰 선물 중의 하나는 매우 안정된 가정 환경을 만들어 주신 것이다. 아이들은 어머니의 한결같은 모습을 늘 믿고 의지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언제 뵈어도 늘 평온하셨으며, 야단칠 때는 엄하지만 공정하셨다. 몇 시에 데리러 가겠다고 하면 한 번도 그 시간을 어긴 적이 없을 정도로 정확히 시간을 지키셨다. 식사는 늘 집에서 손수 장만해 주셨고, 모든 물건은 늘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 침실에서 소란을 피워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정하면 어떤 경우에도 예외가 없을 정도로 한번 정한 규칙이나 판단은 반드시 지키셨다. 또 언제나 아이들과 남편을 극진하게 사랑하셨다. 이와 같은 어머니의 일관된 육아 방식 덕분에 가족 전체는 든든하게 닻을 내린 배처럼 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든든한 사랑의 품안에서 아이들이 자랐다.


언제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아이를 야단칠 때 절대 물러서지 말고 부모의 입장을 고집하라는 말이 아니다. 금요일 저녁에는 피자를 먹고 잠잘 때는 동화를 읽어 주고 텔레비전 쇼는 함께 보는 등 언제나 예측할 수 있는 규칙적인 일과를 정해 두고 함께 즐기는 것이야말로 일관된 육아의 첫걸음이다.


아이의 행동을 제한하라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극단적인 것에 끌리기 마련이다. 어느 정도까지 안전한지,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자신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하는 그들만의 방식이기도 하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아기나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 또 십대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아이들의 극단적인 성향은 몹시 당황스럽다. 아이들이 막무가내로 안 되는 일을 조르는 것은 “이게 끝이야? 더 이상은 안돼?”라고 묻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마크는 십대 시절 과외활동으로 몹시 바빴다. 날이면 날마다 친구들과의 스포츠 경기나 콘서트가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늘 한번씩 마크의 과외활동을 놓고 다투었다. 어느 날인가 마크는 전화 한 통 없이 귀가 시간이 한 시간이나 지나서야 집에 돌아왔다. 우리 부부는 화가 나있었기 때문에 당장 그 문제를 논하는 대신 일단 잠자리에 들게 하고 다음 날 아침에 이야기하기로 했다. 우리는 마크의 끊임없는 스케줄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결심했다.


다음 날 우리는 마크와 함께 의논한 뒤 남은 여름 8주 동안의 계획표를 만들고 이에 합의했다. 일주일에 이틀은 밤 11시까지, 또 이틀은 9시 30분까지 귀가 시간을 정했다. 대신 친구들을 집으로 부르는 것은 언제나 괜찮았다. 마크는 귀가 시간이 늦게까지 허락된 날은 ‘L'로, 일찍 들어와야 하는 날은 ’E'로 표시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마크 자신도 귀가 시간을 통제한 것을 좋아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남은 여름을 순조롭게 보냈다. 우리는 계획표를 작성해 두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 또 그 계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잊지 않도록 했다.


부모는 종종 아이들의 행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으며, 사실 아이들은 체계적으로 짜여진 틀 속에서 오히려 자신도 모르게 편안함을 느끼곤 한다. 반면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 아이들은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쓸데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



2. 아이의 후원자가 되라

성공한 사람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 마련이다. 이 말은 아이를 키울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이의 후원자가 되라는 것은 부모라면 누구나 기본으로 삼아야 할 육아 철학이며, 이는 무엇보다 친밀한 인간관계와 신뢰의 토대 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후원자가 된다는 것은 친구 간에, 이웃 간에, 부부 간에, 부모와 자녀 간에 서로 돕고 협력하며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나눈다는 것을 뜻한다. 서로 돕고 후원하는 가정이라면 부모는 더욱 즐겁게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고, 아이는 최상의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다.


아이를 후원하는 것이야말로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아이를 후원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대로는 한 번 꼭 안아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고, 때로는 아이의 편에서 아이를 적극 변호할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아이가 기댈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다면 아이에게 늘 이렇게 속삭이는 것과 같다. “얘야, 엄마 아빠는 너를 사랑한단다. 우리는 항상 네 편이야.”


아이의 의견을 인정하라

아이가 부모의 뜻대로 따르기만 바라다보면 아이의 생각을 묻는 것조차 잊을 때가 있다. 아이가 태어나서 어른이 될 때까지 부모는 아이의 삶을 인도해 주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부모는 아이의 개성을 무시하고 묻어 버릴 수 있다.


십 년 전 어느 날 나는 막내딸 메레디스의 침대 위에 고급 격자무늬 원피스와 작고 깜찍한 피터팬 칼라의 블라우스, 거기에 어울리는 메리제인 슈즈와 하얀 타이즈를 준비해 두었다. 그 날은 메레디스가 처음으로 유치원에 가는 날이었고, 그래서 나는 입학식 날에 어울리는 새 옷 한 벌을 정성껏 마련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커피 물을 끓이며 기다렸다. 드디어 막내를 유치원에 보내다니! 사진을 찍어 두고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출발할 시간이 다 되었다. 나는 메레디스를 불러 어서 옷 입고 유치원에 가자고 말했다. 그러자 메레디스가 거실에서 대답했다. “벌써 다 입었어요.” 거실에 가 보니 메레디스는 분홍색과 보라색이 섞인 줄무늬 블라우스에 흰 바지를 입고 흰 샌들을 신고 서 있었다. 딸아이가 침대에 꺼내 놓은 옷을 보지 못한 줄로 안 나는 이층에 올라가 방에 있는 새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했다. “하지만 난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벌써 입을 걸요.” 메레디스가 소리쳤다. “입학식 날에는 원피스를 입어야 하는 거야.” 나는 최대한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메레디스는 고개를 떨구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엄마, 난 바지가 좋은데….” 그 날은 유치원에 가는 첫날이었고 나는 입학식 날 아침부터 딸아이의 기분을 망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네 말이 맞다. 흰 바지면 최고지.”


지금 와서 그 날 찍은 사진을 보면 다들 치마나 원피스,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자 아이들 한가운데 자신 있고 당당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메레디스를 볼 수 있다. 나는 그때 그 쓰라린 경험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내린 결정이라면 그것이 옳든 그르든, 좋든 나쁘든 그대로 인정하는 것을 배웠다. 돌이켜보면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미첼을 몹시 야단친 적도 있다. 미첼은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가 칭찬하는 모범적인 고등학생이었는데도 나는 머리가 길다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댔다.


부모가 아이와 의견이 다를 때는 일단 한 발 물러서서 문제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는 게 좋다. 당신의 아이는 당신과 다르다. 아이는 그만의 개성을 가진 독립된 인격체이며, 따라서 의견이 다를 때는 아이의 의견을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아이를 위해 시간을 내라

우리가 얼마나 정신없이 빠른 세상에 살고 있는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해마다 여가 시간은 줄어만 간다. 아이를 위해 애써 시간을 내도 이거 하랴 저거 하랴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바쁘다. 엄마 아빠 둘 다 일을 하는 가정에서는 특히 더하다. 그렇다고 아이의 성장을 재촉할 수는 없다. 현대 사회의 쉴 틈 없는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아이를 위해 시간을 내야 한다.


우리 셋째 마크는 급하게 서두르는 현대인의 태도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마크는 우리 애들 중에서 가장 ‘생기 있는’ 아이여서 자기가 하는 모든 일에 언제나 열심이다. 게다가 포부나 이상도 커서 늘 많은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에 빠져든다. 그렇기 때문에 마크가 다가와서 도와 달라고 하면 우리는 늘 크게 한 번 심호흡부터 해야 했다.


3학년 때 마크는 학급 신문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에게 허락을 받은 후 혼자서 첫 신문을 디자인했다. 그리고는 아빠를 찾아가 같이 신문을 만들면 무척 재미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남편 마이크는 마침 외과 병원을 막 개업했을 때라 여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마크는 반 친구들을 참여하도록 북돋았고 마이크의 도움을 받아 반마다 기고함을 설치했다. 매달 말이면 ‘올빼미 뉴스’ 기고함은 반 친구들의 그림과 농담, 이야기로 가득 찼다. 마크는 기고함에 쌓인 뉴스거리를 들고 토요일이면 마이크의 사무실에 가서 함께 신문을 만들었다. 토요일 내내 자르고 붙이고 복사해서 월요일 아침이면 마크는 반 친구들에게 줄 새 신문 50부를 들고 신이 나서 학교로 향했다.


그 후로도 몇 해 동안 마크는 유모차를 만들거나, 마술 램프 상자를 발명하거나, 순간 정지 애니메이션 영화를 찍는 등 여러 가지 다른 일들을 끊임없이 계획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내어 마크가 지속적으로 배우고 개발하고 창조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어느새 대학 4년이 된 마크, 그의 창의력이 이제 또 어떤 일을 계획할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어린 시절 아이가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격려해 준 부모가 있었기에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뛰어난 감독이 탄생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3. 아이의 삶에 동참하라

적극적인 참여는 인간의 발달을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부모가 아이의 삶에 동참하면 아이는 용기를 내어 새로운 세상을 탐구하고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켜가게 된다. 동참의식은 가족 간에, 친구 간에, 부모와 자식 간에, 지역 공동체와 주민 간에 어디서나 중요하다. 부모는 시간을 내어 아이가 하는 일을 함께 하고 아이는 또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을 함께 한다. 부모는 지역사회의 발전에 한 몫을 하고 지역사회는 아이의 성장에 기여한다. 동참의식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해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다. 책을 통해서든 가까운 이모에게서든 새로운 경험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면 아이와 부모 모두 잠재된 능력을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만날 수 있는 친구를 사귀어라

어린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구와 아이와 함께 있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 사이에서 갈등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부모들은 항상 시간에 쫓기며 산다. 시간은 언제나 늘 부족하기만 하다. 그래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 때도 그 시간에 아이와 함께 있어 주지 못한 죄책감이 들고, 반대로 아이하고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친구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게 속상하고 억울하다.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데리고 함께 만날 수 있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와 재미있게 놀아 주거나 아이를 기쁘게 해 주는 어른을 보면 난 그 사람이 금세 마음에 들고 좋아진다.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남편과 내가 토니와 마리 반 다이크 부부와 친해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토니와 마리는 가깝게 지내는 누구하고나 한가족처럼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들 부부는 친구와 친구의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무언가 재미난 행사를 계획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들은 할로윈 바로 전 주가 되면 해마다 호박 자르기 파티를 성대하게 열었다. 봄이면 가까운 호수로 하이킹을 가서 주(州)별 개구리 높이뛰기 대회에 데리고 나갈 개구리를 잡았다. 여름이면 파스타 요리 경연 파티를 열었고, 겨울이면 휴가를 떠들썩하게 즐겼다. 토니와 마리가 준비하는 행사에 참석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즐겁고 행복했다.


이처럼 두 사람은 아이들과도 잘 지내기 때문에 우리가 만날 때는 늘 아이들도 함께 했다. 그러다 보니 토니와 마리를 만날 때면 친구를 만나야 할지 아이를 돌봐야 할지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일이 없어졌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토니나 마리 같은 친구가 몇 명은 있어야 한다. 그런 친구를 찾아라. 바로 저기 있다.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

부모라면 누구에게나 책임이 있다. 종종 우리는 부모로서의 책임이 우리 아이에게만 한정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우리 아이의 행복과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 전체의 행복을 따로 떼어 생각하기가 어려움을 깨닫게 된다. 건강한 사회가 건강한 아이를 만든다. 그리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학교이다.


1978년 우리가 이사를 갔을 때 매사추세츠 그린필드의 학교는 재정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인력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사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나는 ‘공립학교 자원봉사단’이라는 단체에 들었다. 이 단체에서 부모들은 독서 프로그램, 과학센터, 가족과 함께 하는 밤, 선생님께 감사하는 밤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해서 부족한 학교 활동을 보충했다. 나는 우리 가족 모두 ‘토요 아침 행사’라는 연례 행사에 참여하도록 했다. 그 행사는 다양한 부스를 준비해 두고 아이들이 많은 활동에 참여하고 탐구하도록 하는 어린이 박람회였다.


부모들이 함께 지역사회에 참여하면 아이들을 위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건강한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부모의 도움 없이는 건강한 공동체란 존재할 수 없다. 서로 조금씩 도우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부모가 학교 일에 자발적으로 나서면 선생님과도 가까워지고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 과정에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 부모의 지원이 있어야 선생님도 학생을 위한 최적을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모가 지역사회를 지원하면 우리 아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4. 계획을 세워라

아이를 기르는 동안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 발 앞서 생각해야 한다. 계획을 세울 때는 특히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과 꼼꼼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미래를 위해 항상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부모가 아이를 갖고 출산 준비를 할 때부터 시작해서 아이가 유년기를 거쳐 청년기를 지날 때까지 계속된다. 계획을 세우는 부모라면 아이가 그린 그림을 모아 과거를 간직해 줄 수 있으며, 좀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여 아이의 성장에 따라 그때그때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계획을 세우는 부모는 아이가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충분한 기회를 만들어 줌으로써 아이의 성공을 이끌 수 있다. 하지만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부모가 아이를 위해 꼭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부모에게 배워서 스스로 계획을 세울 줄 아는 아이는 평생 앞으로 전진하는 삶을 살게 된다.


아이의 독특함을 칭찬하라

아이라면 누구나 또래끼리 어울리고 싶어하지만 자기만의 개성을 갖고 싶은 욕구 또한 매우 강하다. 인간의 삶은 미묘하고 복잡해서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자기만의 독특한 점을 잘 알고 있다. 아이 하나 하나에게는 각자의 개성이 있다.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방식 또한 아이마다 다르다. 아이의 독특한 특징을 인정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다.


아이의 독특한 개성을 인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맨처음 아이가 태어나던 날로 돌아가는 것이다. 생일은 아이의 개성에 주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아이가 어느 날 몇 시,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는지, 이름은 어떻게 지었는지, 또 태어난 아이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서로 이야기하면서 생을 맞은 아이에게 관심을 집중하다 보면 아이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우리 집에서 생일은 늘 크고 중요한 행사였다. 어머니는 내 생일 때마다 현수막에 커다랗게 내 이름을 새겨서 걸어 두곤 하셨다. 우리 가족은 그 전통을 좀더 발전시켰다. 우선 컴퓨터 용지를 이용해서 폭 12인치, 길이 10피트의 종이 현수막을 만들어 그 위에 큼직하게 부풀린 글씨체로 “생일 축하해요”라고 쓴다. 다음에는 가족 모두 매직펜을 들고 그 글자 위에 그림을 그려 한 글자 한 글자를 살아 있는 캐릭터로 바꾼다. 마치 그 캐릭터가 생일을 맞은 사람에게 각자 특별한 축하인사를 하는 것처럼 그려 넣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완성된 현수막을 일주일 동안 벽에 걸어 두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시작한 이 전통은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생일 축하 현수막을 거는 우리 가족의 전통이 다음 대까지 이어진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아이의 독특함을 칭찬하고 싶다면 이렇게 한마디하면 된다. “얘야, 너는 아주 특별하단다.”


아이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라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에게 교훈을 들려주고 싶어한다. 아이의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열심히 좋은 가르침을 들려주면 아이가 성공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아이는 자기가 직접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가 좋은 결과를 가져 올 때 스스로 뭔가 노력해서 이루어 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편안해진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성공이 무엇인지 체험으로 깨닫게 되고 자신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게 된다.


8월의 어느 토요일 아침 외출했다 돌아온 남편과 마크는 차에서 오래된 참나무 책상을 내리고 있었다. 개학을 앞두고 학교 갈 준비를 할 때였다. 두 사람은 마크가 공부하는 데 필요한 준비물들을 사러 벼룩시장을 돌아보고 오는 길이었다. 그때 우연히 마크가 그 낡은 책상을 발견했던 것이다. “아빠, 저 책상 내 방에 갖다 놓으면 좋겠어요.” 마크가 가리킨 책상은 너무나 더럽고 낡은 것이었지만 남편도 유난히 큰 그 책상이 마음에 든 게 분명했다. 그래서 남편은 달라는 대로 선뜻 값을 지불했고 그렇게 해서 그 커다랗고 낡은 책상이 우리 집 앞마당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 다음 며칠 동안 남편과 마크는 마음에 들 때까지 책상을 열심히 닦고, 사포로 밀고, 칠하기를 반복했다. 드디어 개학을 며칠 앞두고 두 사람은 책상을 마크의 방으로 옮겼고 녹색 작업등도 사다 책상 위에 달았다.


그해 마크가 유난히 열심히 공부를 한 데는 그 책상이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책상은 마크의 방에서 가장 중요한 가구였다. 가끔씩 마크는 책상 위를 손으로 쓱 한 번 문지르면서 그 부드러운 나무 질감을 직접 느껴 보곤 했다. 공부하러 책상 앞에 앉을 때면 마크는 진정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가 자신의 환경을 얼마나 편안하게 느끼느냐는 아주 사소한 것에 달려 있다. 아이가 세상에 오는 첫날부터 언제나 눈을 크게 뜨고 아이가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자.



5. 아이의 성장을 즐겨라

아이를 기를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 하나는 육아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를 기르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하지만 즐겁게 아이를 기르다 보면 도저히 즐거울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한 번쯤 생각을 달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귀찮기만 하던 축하 파티나 모험도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고 즐길 수 있다.


즐겁게 아이를 기르면 삶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 일주일에 아이와 노는 시간을 좀더 늘리고 날씨 좋은 여름날에는 먼저 나서서 소풍을 계획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즐겁게 아이를 기르다 보면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유머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부모가 아이를 기르는 일을 즐기면 온 가족이 소중히 간직할 경험을 함께 만들고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가족 간에 더 가까워지고 정도 깊어진다.


재미있게 놀아라

아이와 함께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할 때면 끝에 가서는 재미는커녕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가 들면서 말 그대로 일이 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즐기자고 시작한 일이 재미없고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그때는 아이들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분위기를 바꿔 보자. 모험심을 자극하는 일, 아이들은 늘 그것을 찾고 있다.


아이들과 쿠키를 구울 때 어떻게 하면 좀더 화기애애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어느 쌀쌀한 가을 날, 나는 초콜릿 칩 쿠키를 구우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세 아들을 부엌으로 불러 모아 재료를 준비한 뒤에 돌아가면서 양을 재고 섞고 저었다. 아이들은 분주하게 한 단계 한 단계 따라하면서 재빨리 일을 해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아이들은 쿠키 재료로 준비해 두었던 초콜릿을 어느새 거의 다 먹어 버렸고 열 개도 넘는 달걀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는 아이들을 집중시켜서 일을 계속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왔다갔다하면서 지시를 내렸다. “거기 그만! 그건 내려놔! 거기서 손떼고!” 내가 소리를 지르면 지를수록 일은 점점 흐트러졌다. 결국 미첼이 내 어깨를 두드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렇게 재미없는 걸 왜 하고 있는 거죠?”


나는 잠시 내가 아이들과 초콜릿 칩 쿠키를 만드는 이유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을 쿠키 전문 요리사로 키우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 날 이후로 아이들과 어울릴 때면 “중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라는 오래된 교육이론을 되새기곤 했다.


무엇인가를 창조하면 즐거움이 따른다. 그 후로도 우리는 쿠키를 즐겨 만들었지만 그때마다 우리가 만든 쿠키는 고작 대여섯 개가 전부였다. 우리는 반죽을 가지고 놀면서 재미난 시간을 보냈고, 다 끝난 뒤에는 엉망으로 어질러진 부엌을 치우면서 신이 나서 노래를 불렀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참을 함께 즐겼다는 생각에 뿌듯해 했다.


때로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언제나 흐트러짐 없이 잘 정돈된 집안을 유지하려다보면 아무 계획 없이 그냥 재미있게 노는 것을 종종 잊어버리게 된다. 규칙적인 일상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매일 매시간 정해진 일과에 따라 생활할 수는 없다. 때로 아이와 부모 모두 하고 싶은 대로 자유를 만끽하며 기분전환을 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이클이 태어나고 얼마 안 돼서 나는 한동안 보지 못했던 대학 친구 팻을 만났다. 그때까지 내가 기억하는 팻은 언제나 계획적이고 빈틈없는 생활을 하는 친구였다. 하지만 그날 팻의 집에 들어서자 뭔가 크게 달라진 것을 느꼈다. 싱크대에는 닦지 않은 접시가 수북이 쌓여 있고 바닥에는 세탁물이 한 무더기 뒹굴고 있었다. 팻의 그런 모습을 보자 전에 그녀를 만날 때와 달리 긴장이 풀렸고 그런 내 반응에 팻도 같이 웃었다. “자연스런 내 모습이 어때?”


지난 열흘 동안 춥고 비가 계속 와서 팻과 아이들은 집안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만 했다고 했다. 그래서 다들 예민해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마침내 내가 찾아가기 전 날 오랜만에 해가 났고 한랭전선도 지나갔다. 집안일을 해야겠다고 작정하고 있었지만 아이들과 더는 집 안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팻은 집안일을 하는 대신 점심 도시락을 싸서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근처 호수로 소풍을 갔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 아래서 아이들과 함께 모래성을 짓고 책을 읽으면서 나무 그늘 아래서 푹 쉬었다고 했다. 팻은 그날이 아이들과 함께 한 가장 멋진 날이었다고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아이들도 엄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출처 : 상운교회
글쓴이 : 강인철목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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