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관 씨의 병든 집
손영기 지음
북라인/2004년 1월/256쪽
▣ 저 자 손영기
현재 서울 종로에서 손영기한의원을 운영하고 있고, 마이너스건강클럽(www.minusclub.org)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노장(老莊)의 자연주의 사상에 환경 문제를 접목한 마이너스 건강법, 일명 먹지마 건강법을 제시하여 음식을 통한 자연 치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별난 한의사 손영기의 먹지마 건강법』『나는 풀 먹는 한의사다』가 있다.
▣ Short Summary
‘새 집 증후군(SHS : Sick House Syndrome, 병든 집 증후군)’을 유발하는 실내 공기 오염과 대기 오염의 문제를 소설 형식에 담아낸 책이다. 새 집으로 이사 간 희관 씨 가족이 갑자기 알 수 없는 질병에 시달리고, 이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을 이야기 형식으로 그리고 있는 것. 이 책은 실내 공기 오염의 문제를 중심으로 우리 생활 주변의 공해 문제까지 하나하나 짚어 나가면서 그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공기청정기, 정화 식물, 숯, 친환경 벽지, 바닥재의 구입과 활용 방안에서부터 베이크 아웃과 같은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 차 례
1. 새 집으로 이사하다
2. 고민이 생기다
3. 마이너스건강클럽을 알게 되다
4. 한의원에 가기로 마음먹다
5. 병든 집에 살다
6. 음식이 전부가 아니다
7. 이제는 살지마 건강법인가
8. 지하철을 타다
9. 에어컨을 피하다
10. 오염 물질이 먼지뿐이랴
11. 콘크리트에서 가스 나온다
12. 방사선이 나온다
13. 도심에는 중금속 비둘기가 산다
14. 대한민국은 먼지공화국이다
15. 산화 삼형제가 걱정이다
16. 김 과장의 수첩을 뒤적이다
17. 우리에게는 숲이 필요하다
18. 아내가 대책을 세우다
19. 숯으로는 부족하다
20. 담배부터 끊어라
21. 실내 오염의 주범은 따로 있다
22. 원장이 방문하다
23. 암모니아를 막아라
24. 공기청정기를 고르다
25. 꽃시장에 가다
26. 집들이를 하다
27. 부엌은 가스실이다
28. 침실이 더 문제다
29. 깔끔 떨수록 오염된다
30. 전자파를 피하라
31. 친환경 벽지를 찾다
32. 중고 가구가 좋다
33. 여행을 떠나다
34. 쉰들러를 만나다
35. 대한민국은 콘크리트 공화국이다
36. 새 집을 길들이다
37. 지/수/화/풍이다
38. 공원에서 원장을 만나다
39. 새 집 줄게 헌 집 다오
새 집으로 이사하다
희관 씨의 새 집은 아파트다. 중산층이 모여 사는 수도권 아파트들 중 하나가 바로 그의 집이다. 운 좋게도 희관 씨의 집은 공원과 마주하고 있어 입주하면 집 앞 공원에서 매일 새벽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왔지만 운동은커녕 아내와 그는 속이 불편하고, 몸이 무거워진 느낌을 받는다.
퇴근길에 아내의 부탁에 예전에 함께 다녔던 한의원을 다시 찾아 아내가 작년에 먹던 소화제를 받았다. 자신의 몸도 무거워졌다는 얘기를 한의사에게 꺼냈으나 시간이 지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게 되면 차츰 나아질 거라는 대답을 듣고 희관 씨는 말꼬리를 감추며 한의원을 나왔다. “과로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온가족이 모인 저녁 식사시간에는 아이들이 인스턴트 식품 대신 된장, 청국장만 먹는데도 다시 배가 아프기 시작한 엄마를 걱정했다. 그후 얼마 되지 않아 아이들에게는 지난 1년간 음식 관리를 하면서 완치된 듯했던 아토피와 비염 증세가 다시 나타났다.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봤지만 약을 먹어보고 경과를 보자는 의사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
시골 할머니 집에서 돌아온 이후 시골에서는 사라졌던 아이들의 비염과 아토피 증세가 집에 온 지 일주일 만에 다시 시작되었다. 원인을 찾기 위해 고심하던 희관 씨는 직장 동료가 알려준 책도 읽어보고, 그 책을 쓴 한의사가 운영한다는 온라인 사이트인 마이너스 건강 클럽에 접속해보기도 했지만 급한 마음에 결국 동료가 알려준 한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 들러보기로 했다.
병든 집에 살다
다음 날 가족들을 데리고 희관 씨는 그곳을 찾았다. 음식 관리를 하는 중에 병이 재발한 것과 희관 씨의 주소를 확인한 원장 한의사는 병든 집이 가족들이 앓고 있는 병의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아직 우리 나라에선 병든 집이란 용어가 낯설지만 가까운 일본만 해도 시크 하우스 증후군(SHS : Sick House Syndrome), 즉 병든 집 증후군이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녀분들의 알레르기를 포함해서 선생님 내외분의 증상 역시 병든 집 증후군입니다.”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가 많아 병든 집 증후군이라는 진단만 듣고 나온 희관 씨. 그에게 원장은 아이들 약이 월요일에 준비되니 자세한 설명은 그때 다시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회사에서 직장 동료들과 한의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던 희관 씨는 환경 단체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김 과장으로부터 병든 집 증후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집의 건축 자재나 내장재․가구․생활 용품 등에서 방출되는 유해 물질이 입주자의 건강을 해치는 거죠. 그 유해 물질은 시간이 지나야 빠지기 때문에 집은 나이가 들수록 건강해집니다. 병든 집 증후군은 외국에서도 199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특히 병든 집 증후군은 일본에서 나온 개념으로 현재 일본은 벽지․합판류의 등급제를 통해 화학 물질 방출량을 규제하고 있지요. 우리 나라 환경부는 종합병원 등 다중 이용 시설과 아파트 등 공동 주택을 지을 때 유해물질을 방출하는 건축 자재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한다는 내용의 ‘다중 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질 관리법’을 작년 4월에 제정했습니다.”
지하철을 타다
희관 씨는 병든 집 증후군에 대한 정보를 더 얻고 싶어 한의원에 들렀다가 원장으로부터 김 과장이 언급한 법에 대한 더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법은 작년 4월에 제정되었지만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5월부터 시행되므로 이 시점 이후에 지어지는 건축물에만 적용된다는 점이 한 가지 문제고, 다른 하나는 아파트가 제조물 책임법(PL법) 적용 대상이 아닌 까닭에 일단 문제가 발견되어도 책임질 사람이 없습니다.”
같은 방향이므로 함께 퇴근하기로 한 원장과 희관 씨는 지하철을 탔다. 원장은 지하철 공기 내에 존재하는 미세 먼지 이야기를 꺼내며, 지하와 지상을 연결하는 공기 통로인 닥트 내부에 쌓인 먼지, 에어컨 오염, 석면 등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설명했다. 특히 미세 먼지 입자에 포함된 중금속은 2000년 이후 1년간 지하철 노동자 여섯 명이 폐와 간 질환을 앓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알려주었다. “여섯 명은 숫자상으로는 극소수이지만 보고된 질환이 폐암, 폐기종, 간오염 등 환경오염과 밀접한 중증 질환인 데다가 환경병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잠재적인 환자에 대한 우려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여섯 명 대부분이 15년 안팎을 근무한 사람들입니다.”
“원장님이 말씀하신 내용은 시크 하우스가 아니라 시크 서브웨이(Sick Subway)네요.” “시크 서브웨이와 시크 하우스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지하철보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탑승객의 경우에는 시크 하우스가 더 문제지요.”
콘크리트에서 가스 나온다
한의원 원장과 헤어져 집에 돌아온 희관 씨는 그 사이 병든 집에 대한 정보를 꼼꼼하게 찾아본 아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신, 콘크리트 건축 현상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 알아요?” “약간 비릿하면서도 음습한 냄새?” “그래요. 그게 바로 콘크리트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냄새래요. 콘크리트를 구성하는 각 재료들의 복합 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모니아 가스는 신축 건물에서 일반 대기보다 열 배나 강한 농도로 검출된대요. 새로 지은 콘크리트 건물에서 눈이 따갑고 코가 맵고 목이 칼칼한 것은 암모니아 가스가 눈과 코, 그리고 인후의 점막을 자극해서랍니다.”
“새 집에 사는 안과․이비인후과 환자의 경우 암모니아 가스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약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겠군.” “약을 써도, 음식 관리를 해도 낫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환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죠. 그리고 우리보다 산업화 수준이 한 템포 느린 중국도 요즘 실내 오염이 큰 이슈예요. 실내 오염에 의한 호흡기 질환으로 연간 210여 만 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이 중 5세 이하 유아 100여 만 명의 사망 원인이 실내 오염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보도될 정도로 중국에서는 실내 오염 문제가 적지 않은 관심거리예요.”
대한민국은 먼지공화국이다
희관 씨는 김 과장 등과 함께 한 회식 자리에서 그가 꺼내는 서울의 대기 상태의 심각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나라 서울의 대기 상태는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최악입니다. 미세 먼지가 이 같은 최악의 대기 오염의 주범이지요. 서울의 미세 먼지 오염도는 세계적인 공해 도시인 이탈리아의 로마나 멕시코의 멕시코시티보다 훨씬 높습니다. 게다가 미세 먼지는 경유차의 배기 가스가 주요 원인인데도 경유 값을 휘발유보다 훨씬 낮게 유도하는 정부의 유가 정책이 문제입니다. 경유차의 디젤 엔진은 같은 크기의 휘발유 엔진보다 적게는 30에서 최고 100배 이상의 미세 먼지를 분출합니다. 시커먼 매연보다 미세 먼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분진이 더 치명적인 것은 입자가 작아 폐포 깊숙이 흡입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자동차를 안 탈 순 없지 않습니까?” “자동차 제조 기술의 발전과 연료의 품질 향상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제껏 발전한 엔진 기술이라는 게 전체 분진량만 감소시켰지 분진 입자는 더 미립화시켜 미세 먼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엔진의 발전이 더 큰 문제를 가져온 셈이죠. 게다가 경유차의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이산화질소도 문제입니다. 건강한 사람도 이산화질소 오염이 심한 곳에서 20년 동안 살 경우 폐활량이 매년 90밀리미터씩 모두 1.8리터가 줄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폐 기능이 위축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조깅이나 마라톤 같이 심폐 기능을 강화하는 운동도 장소를 따져가며 해야죠.”
대기 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은 대기 오염의 확실한 대안은 숲과 녹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요즘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주택 업체에서 환경 친화를 상품화하고 있지만, 생태계나 환경 보전 등의 본질적인 면보다 가시적인 경관 조성만 하는 경우가 많아.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아파트 단지 주거 환경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 이후 준공된 서울 17개 단지 아파트를 대상으로 녹지 공간율과 구릉․연못 등의 조성 비율, 주변 하천과 산림으로서의 접근성을 종합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20점을 받았지.“
“식물은 아주 훌륭한 자연 청소부입니다. 대기 오염뿐만 아니라 토양 오염도 해결하지요. 미국 디트로이트의 한 식물 정화 회사가 납으로 오염된 다임러크라이슬러 공장 주변 땅에 해바라기와 겨자를 심어 흙 속의 납 농도를 절반 이하로 줄인 게 그 예입니다.” 희관 씨는 여기서 좋은 힌트를 얻는다. 대기와 토양 오염을 정화시키는 식물을 실내 오염에도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어제 오늘 답답한 이야기만 듣다가 모처럼 야생 겨자와 양치류가 오염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실용적인 정보를 얻게 되니 세미나 같은 회식 자리에서 보람을 느낀다.
아내가 대책을 세우다
다음 날 아내의 재촉으로 눈을 뜬 희관 씨는 거실에서 숯이 담긴 상자를 보았다. 뒤이어 숯이 공기 정화에 얼마나 좋은 지에 대한 아내의 설명이 이어진다. “숯은 그램당 약 9평의 구멍이 나 있는데, 그 구멍이 오염 물질을 빨아들여요. 또 물질의 산호와 부패를 막죠. 당신이 사놓은 공기청정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약쑥을 피우면 새 집의 독이 빠진다고 하니 당신이 한의원에서 사오도록 해요.”
출근길 지하철에서 다시 만난 원장으로부터 약쑥은 쑥 연기 자체의 자극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병든 집의 정화는 숯으로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냉장고의 냄새 제거, 신발장의 곰팡이 제거, 화장실의 습기 제거 등 부분적인 공간이라면 몰라도 새 집 전체의 유해 물질을 정화하려면 건축이나 인테리어 단계에서부터 대량의 숯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미 우리 선조들은 해인사의 대장경각과 경주의 석굴암 등에 숯을 사용하는 지혜를 보였지요.”
숯과 공기청정기, 그리고 정화 식물만 있으면 실내 오염 문제가 해결될 줄로 알았던 희관 씨는 숯 한 상자로는 어림없다는 걸 알게 되자 힘이 빠진다. “지금 저희 집에서 실내 공기 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혹 담배를 피우신다면 금연부터 하십시오. 담배를 피우는 한 숯도, 공기청정기도 다 소용없습니다.” 담배 연기의 해로움을 잘 아는 희관 씨로서는 다시 담배를 피울 마음은 없다.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 이외에도 담배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4천 여 종의 유해 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병든 집의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 화합물까지 담배 연기에서 나옵니다.“
암모니아를 막아라
숯을 직접 가져다주겠다며 다음 날 희관 씨 집을 방문한 원장은 희관 씨 부부와 병든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식 관리를 잘 하면서 치료를 꾸준히 받아도 호전되지 않는 환자들의 주거 환경을살펴보면 새 집으로 이사했거나 도배나 장판을 새로 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작업 환경과 스트레스 여부 등 이모저모를 살펴보는데, 그래도 원인을 모를 때는 직접 환자의 집에 찾아가 늘 사는 사람은 못 느끼는 냄새를 감지해보곤 합니다. 익숙해진 사람들이 잘 맡지 못하는 냄새는 주방 싱크대의 배수구에서 나는 냄새로 암모니아와 메탄 가스입니다. 싱크대뿐만 아니라 욕실과 베란다의 배수구에서도 나오죠. 그래서 환자의 집에서 시궁창 냄새가 나면 싱크대와 욕실, 베란다를 점검해 봅니다.”
“저희에게도 그 냄새를 막는 방법을 알려 주시죠. 새 집이라 시궁창 냄새가 나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배수관의 굽은 부분에 물이 약간 고이도록 해서 가스나 냄새가 역류하는 것을 막지만 집이 오래되면 낡은 배수관 자체에서 냄새가 납니다. 그럴 경우에는 배수관을 새 것으로 교체하고, 교체가 어려운 욕실과 베란다는 배수할 때를 제외하고는 물이 담긴 봉지로 구멍을 아예 막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싱크대 배수관 자체에 배는 냄새는 막을 수 없으니 그때는 배수관을 직접 교체해보세요. 어렵지 않습니다. 그 기회에 사모님께 점수도 따시고요.”
깔끔 떨수록 오염된다
희관 씨는 새 집으로 이사한 지 석 달이 되어서야 집들이를 했다. 직장 동료들 모두를 초대해야 하지만 축하 받을 기분이 아닌지라 김 과장과 신 대리만 불렀다. 얼마 후 결혼하는 신 대리가 다음 주에 마련하는 신혼집이 화제에 오르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집안에 존재하는 독소로 옮겨갔다. 김 과장이 이야기를 꺼냈다. “이 집은 안방에도 화장실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안방의 공기 관리가 복잡해집니다. 안방 화장실 문을 열어 두면 화장실 수증기가 침실로 들어와 겨울철 습도 유지에 도움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화장실 가스도 함께 들어와서 침실 공기를 오염시킵니다. 그래서 안방 화장실 문은 닫으셔야 합니다. 더욱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신다면 말입니다.” “샤워야 매일 하지. 샤워 물에도 무슨 문제가 있나?” “간이나 콩팥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흡입용 전신마취제가 샤워 물에서 증발해 침실로 들어온다면 어떻겠습니까?” 독성 마취제가 수돗물에서도 나온다는 말에 모두들 당황했다.
“수돗물 정수 과정에서 원수에 함유된 유기 물질이 소독제의 유리 염소와 반응하면 클로로포름이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하면 몸에 해롭습니다. 샤워 물이 뜨거울수록, 샤워 시간이 길수록 클로로포름 발산량이 많아지거든요. 찬물에서는 클로로포름이 거의 검출되지 않으니 샤워는 차거나 미지근한 물로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물을 만지는 주부들의 클로로포름 체내 흡입량이 수돗물을 마시는 경우에 비해 6~10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설거지나 빨래를 할 때는 고무 장갑도 반드시 끼고, 미지근한 물을 써야 합니다.” “이제껏 설거지나 빨래하면서 세제 걱정만 했지 클로로포름은 상상도 못 했네요.”
“합성 세제, 섬유유연제․표백제․섬유탈취제․정전기방지제와 같은 세탁 보조제, 주방용 합성 세제, 좀약, 파리․모기 살충제 등과 같은 유기 화합물의 휘발로 집안이 오염됩니다. 그러므로 자연의 힘을 최대한 이용하여 외출할 때는 옷장 문을 열어 내부를 환기시키고, 옷은 햇볕에 말려 일광 소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살충제도 최소한으로 써야 합니다.”
중고 가구가 좋다
희관 씨 부부와 신 대리는 희관 씨의 아내가 운영하는 서점의 낡은 책꽂이를 재활용 센터로 보내기 위해 꽂힌 책을 모두 꺼내 구석에 쌓아 두었다. 오후가 되어서야 친환경 책꽂이를 만들어줄 목수가 나타나 일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금방 만드시네요. 몇 번 톱으로 쓱쓱, 망치로 통통 하시더니 책꽂이 모양이 되었습니다.” 목수의 손 놀림에 신 대리가 감탄한다. “늘 하는 일인데요 뭐. 요즘은 기성 제품이 인기라 저처럼 가구 공예를 하는 목수가 드물죠.”
“가구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주위에 알리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새 가구에서 나는 자극적인 냄새 때문에 눈이 시리고 목이 따가웠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신 대리가 묻는다. “그것은 가구에 쓰이는 접착제와 방부제 탓입니다. 원목 가구도 조립할 때 접착제가 사용되는데요. 벌레 먹는 것을 막기 위해 포르말린 용액에 6개월 이상 담근 후 건조시키는 것도 문제입니다. 무늬목에 발라진 포르말린은 보통 2년 동안 공기 중에 계속해서 방출되어 가정이나 사무실의 공기를 오염시킵니다. 유독물로 정해져 취급을 제한하기는 하지만 비소도 목재 방부제로 널리 쓰이고 있어요.”
니스칠을 끝으로 책꽂이를 완성한 목수는 사람들을 이끌고 서점 밖으로 나왔다. 인체에 덜 해로운 천연 니스를 썼다고는 하지만, 그 냄새를 반길 사람은 없다. “몇 주일은 지나야 냄새가 빠집니다. 그때까지 사모님이 힘드시겠네요.” 하지만 내일부터 희관 씨 가족은 휴가를 떠나기로 했으므로 서점에는 공기청정기만 열심히 돌아갈 것이었다.
신혼집에 들여놓을 가구에 대해 고민하는 신 대리에게 목수가 중요한 조언을 해주었다. “중고를 사세요. 새 가구의 독은 시간이 지나면 빠지니까 중고 가구는 괜찮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매장에 진열된 가구를 사세요. 가구는 새 것이지만 진열된 시간만큼 독이 빠졌을 테니까요.”
새 집을 길들이다
희관 씨는 간경화 진단을 받은 후 온갖 치료에도 별 차도 없이 병이 더 심해지자 모든 걸 접고 시골로 내려가 펜션을 지어 살고 있는 선배를 가족들과 함께 방문했다. 선배가 희관 씨 가족들을 안내한 방은 천장과 바닥․벽이 온통 누렇다. 통나무로 지어진 펜션은 내부가 황토로 되어 있었다. 휴양림에 들어앉은 펜션답게 눈앞에 쭉 뻗은 나무들이 장관이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과 그 바람에 실려오는 나무 냄새가 짜증 나는 더위를 날려 보낸다. 희관 씨는 선배가 건강을 회복한 것이 기적이라 생각했는데, 이 풍경을 보니 불치병이 치유된 것도 신비로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선배는 자연의 무궁한 치유력 속에서 새 생명을 얻은 것이다.
“인텔리전스 빌딩이 환경친화적이라고 하지만 진짜 자연의 조화가 깃든 건축물은 우리의 전통 한옥이야. 아파트에서 느끼지 못하는 편안함을 한옥에서는 경험할 수 있는데, 이는 콘크리트와 유리창으로 자연과 분리된 아파트와 달리 자연과의 경계가 없어서라고. 공기가 통하는 흙과 나무로 지어진 데다 문을 닫아도 문틈을 통해, 또 창을 닫아도 한지를 통해 바람이 들어오지.” 선배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털어놓는다.
“한옥에 관심을 가질 수록 직접 짓고 싶은 욕심이 들더군. 한옥은 나무 기둥과 보와 같은 직선재의 맞춤으로도 세울 수 있어서 벽체의 자유로운 개방이 가능하지. 벽돌을 올리듯 자재를 쌓아 만든 벽으로 구조체를 이루는 서구식 건축물에서는 공간을 나누는 벽체가 건물의 힘을 지탱하는 탓에 창과 문을 함부로 뚫을 수 없어. 하지만 한옥은 벽체를 다 없애도 기둥만 있으면 건물이 유지돼. 이처럼 한옥의 우수한 개방성은 오염 물질이 실내에 쌓일 여지를 조금도 남기지 않아.”
“선배님이 병환 중에도 집짓기에 열중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옥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병든 집이 무섭다고 살던 집 버리고 다시 한옥을 지을 수는 없을 텐데요. 실내 오염을 피할 대안이 없을까요?” “베이크 아웃(bake out)이 도움이 될 걸세. 빵 굽듯이 새 집의 보일러를 하루 여덟 시간씩 30도로 가동하여 집안 전체를 데우는 거지. 6개월 이상 걸리는 유해 가스 배출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지. 집안 온도가 높아지면 입자 운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유독 가스가 많이 배출되는 게 베이크 아웃의 원리야. 3일 정도 연속으로 실시하면 돼. 물론 이 기간에는 집을 비우고 모든 창과 문을 활짝 열어 자연 환기를 시켜야 하지. 휘발성 유기 화합물의 경우 베이크 아웃을 거치면 평소 배출량의 30% 가량이 줄어든다더군. 도배나 장판을 새로 하거나 인테리어 공사를 한 후에 써도 좋은 방법이지.”
“베이크 아웃이 유해 가스를 한꺼번에 빼내는 것이라면 마감제를 이용하여 배출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도 있어.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나 포름알데히드가 걱정되는 가구에 천연 니스를 발라 건조시키면 발산을 막을 수 있어. 바이오 세라믹 같은 마감재를 콘크리트 위에 코팅 시공하면 콘크리트 독을 차단할 수 있지.”
지/수/화/풍이다
이튿날 희관 씨는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았다. 휴양림을 가족들과 산책하기 위해 집을 나선 희관 씨는 펜션 근처 숲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선배를 만났다. “민수, 이제 보니 아토피구나? 콘크리트에 갇혀 지내니 그렇지. 자연에서 살아야겠다. 알레르기와 같은 문명 질환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이 부족해서 생긴 병이야. 밝은 햇빛(火) 속에서 바람(風)을 맞고, 맑은 물(水)을 접하면서 땅(地)을 밟으면 문명병은 자연스레 사라진다고. 때문에 새 집만이 아니라 지수화풍의 조화를 막는 현대 건물 자체가 병든 집이지.”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과거 한옥과 초가집이 지녔던 지수화풍을 되살릴 수는 없을까요?” 희관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묻는다. “현대 건물에서 가장 급한 문제는 풍(風)이야. 바람이 통하는 것, 즉 환기 말이지. 아무리 비싸고 훌륭한 공기청정기라도 자연 환기를 능가하지는 못해. 사실, 공기 순환이 잘 안 되는 집에서는 공기청정기가 필요 없어. 그리고 창문을 연다고 다 환기가 되는 건 아니야. 창과 문, 창과 창이 서로 비켜 마주보는 상태에서 함께 열려 있어야 실내 공기가 순환해. 집 구조상 문이 서로 90도 각도를 이루어 않으면 자연 환기가 어려워. 이런 경우 팬과 같은 기계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집에 환기 팬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지. 대신 전열교환기를 사용해 실내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면서 더러운 공기를 신선한 실외 공기와 바꿔 주는 환기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이 좋아.”
“풍 다음으로는 수(水), 즉 습기가 중요한데, 콘크리트 집에 부족한 습도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넓은 잎을 가진 관엽 식물을 키우는 것이 좋아. 세상이 건조해질수록 습도를 자연스럽게 유지해주는 식물의 역할이 중요해.” 희관 씨는 아내를 생각한다. 아내는 겨울이면 아이들 방에서 귤 껍질을 말린다. 여러 과일 중에서도 귤이 제격인데, 유기농 귤껍질을 방에 늘어놓으면 방의 습도가 개선되고 향 또한 좋다. 이렇게 말린 껍질을 끓여 마시면 감기도 예방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지혜다.
공원에서 원장을 만나다
선배를 만나고 온 1박 2일의 여행은 값진 경험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희관 씨는 집을 베이크 아웃하는 동안 아들 민수와 함께 집 앞 공원에 나가기로 했다. 그곳에서 원장을 만난 희관 씨는 원장으로부터 ‘화(火)’, 즉 햇볕을 이용한 소독 이야기를 들었다. “일광 소독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복도형 아파트라면 복도 난간에, 계단형 아파트라면 베란다 틀에 이불을 널어서라도 말이죠. 침대 매트리스에 200만 마리까지 번식하는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일광 소독이나 막대기로 터는 것이 좋습니다. 진드기를 100%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그 수를 줄여 인체의 부담을 덜어 주자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의 자극은 사람이 이겨낼 수 있고, 면역 증진을 위해서는 진드기의 활동이 오히려 필요합니다. 인체의 정교한 면역체계는 진드기의 활동이 오히려 필요합니다. 다만 너무 많은 침입자의 공격은 피해야 합니다. 또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오염 물질은 피할수록 좋지요. 그러나 피한다고 완전히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현명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되 완전 차단이 불가능한 문제를 두고 노심초사하지 말고, 인체의 해독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세의 유무에 따라 자연주의자가 될 수도, 결벽증 환자가 될 수도 있겠지요.”
원장의 말을 들으니 희관 씨는 세상이 아무리 오염되어도 그런 자세를 지니는 한 무서울 게 없을 것 같다. 병든 집은 그에게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베이크 아웃으로 30%의 오염 물질을 배출시키고, 나머지는 인체 해독력을 키워서 대처하면 된다. 정화 식물과 공기청정기가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 지수화풍이 사천왕처럼 지켜 줄 것이다.
원장의 말이 이어진다. “지수화풍 중에서 저는 지(地)를 음식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흙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땅에서 거둬들인 농산물도 결국 지(地)랍니다. 우리 땅에서 자란 건강한 먹을거리로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병든 집을 치유하는 일등 공신이죠.” 옳은 말이다. 음식 관리의 뒷받침이 없다면 실내 공기 정화와 한방 치료, 이 두 가지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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